[기고] 생명공학 씨앗, 마이크로바이옴 뱅크

2021. 12. 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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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 책임연구원
이정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 책임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체내 면역세포의 70%가 장내 점막에 존재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장내 세균을 개선하는데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대표적 제품군인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까닭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미생물의 유전정보를 의미한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이라면 인간 몸속에 공존하는 모든 미생물을 말하는 것이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전자 수가 인체의 유전자 수보다 100배는 많다고 추정되고 있어 제2의 게놈 또는 제2의 장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근 미국 록펠러대학 연구팀이 코로나19 감염이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 언론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연구팀은 체내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중간 및 최종 대사 산물이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장내 세균 불균형이 소화기질환 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 파킨슨, 자폐증 등 다양한 질병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건강 개선의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을 넘어 신약 개발을 목표로 글로벌 제약사들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프로스트&설리반(Frost & Sullivan)은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을 2019년 811억 달러에서 2023년 1087억 달러로 연평균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이고 혁신적인 R&D 개발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고 신약 허가에 필요한 규정 마련에 착수했다.

그동안 마이크로바이옴의 많은 연구들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메타게놈 분석 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전 연구를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유래된 실물자원이 필요하다.

지구 환경 어느 곳에나 미생물은 존재한다. 그러나 세균을 분리하여 지속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약 1%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즉 99%의 세균은 개척이 필요한 분야인 것이다. 흙속에 감추어진 원석을 찾아내서 보석을 만드는 것처럼 지구상에는 아직까지 발굴되지 못한 엄청난 미생물 보석이 우리가 찾아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지의 미생물에는 인류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생물학적 메카니즘이 있을 수 있다. 미생물이 갖고 있는 화학적 생리적 성질들은 불치병 치료에도 원용할 수 있다.

분리된 미생물자원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존 관리하여 분양지원하는 곳을 생물자원센터 또는 미생물자원은행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정부 부처마다 생물자원 관리기관들이 있다. 그중 가장 긴 역사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생물자원센터(KCTC)이다. 1985년 유전자은행으로 출범하여 1990년 특허미생물 국제공인기탁기관으로 지정받은 바 있으며, 2008년부터는 생명자원 연구성과물 전담기관으로 지정받아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도출되는 생물자원을 기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KCTC는 2016년 11월부터는 한국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뱅크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임산부, 신생아, 소아청소년, 성인, 노인 등 생애주기별로 800명 이상의 분변 시료로부터 실물자원을 확보하여 연구인프라로서 관리하고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혐기성미생물이 주를 이루고 있어 취급이 까다롭고 어렵다. 인종과 문화에 따라서 국가별 다양성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질환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위해서는 대조군으로서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확보 또한 매우 중요하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원천기술개발에 활용되고 산업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인프라의 확충이 절실하다.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래 핵심 연구분야인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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