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으로 불평등 없애겠다는 대통령 후보에 지지선언 하겠다"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대선국면은 본격적으로 가동이 됐는데 아이 낳고 기르는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습니다. 부모님과 저희 현장의 마음 이해해주세요. 이번 선거에서는 아이 행복 세상을 위한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기존의 시스템을 가지고 되고 안 되고 이야기해선 안 됩니다. 새 시대에는 새로운 법령과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통쾌한 해답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임미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정책자문위원장)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아이들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아이행복세상을위한 백만인서명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교육대전환위원회위원장이 후원한 '교육대전환을 위한 영유아보육·교육 통합포럼'이 열렸다.
아이행복세상백만인 서명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은 임재택 부산대 명예교수는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섰다. 임 교수는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논의된 '유아교육 공교육 체제 확립 방안 발표 및 유아교육개혁특별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시작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유보통합 일원화 및 유아교육법 제정 공약'을 발표했으나 보육계와 여성계의 반대로 유보통합이 무산됐다고 했다.
지난 26년간 유보통합을 위해 노력해온 임 교수는 지난 정부들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게 된 현실을 지적하면서 '차기 정부의 유보통합 일원화 추진의 당위성'에 대해 발표했다.
임 교수는 "국가가 부모 편, 여성들 편에만 서서 아이만 낳아라, 국가가 다 키워주겠다 해놓고 CCTV로 아이를 키우는 나라를 만들었다"면서 "전적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 영혼을 건강하게 키우겠다는 본질적 특성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보육정책은 전적으로 어른 편익 중심의 유아교육과 보육을 해왔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의 표의 놀음으로만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교육대개혁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줄 정책이어야 한다"면서 "어른 편익주의 정책을 쓰다 보니 현장의 실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공공성 회복에 모든 초점을 맞춰 공립만 많이 해주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해 교육의 질이 형편없이 됐다"고 덧붙였다.
임재택 교수는 "유아교육의 주권은 아이에게 있고, 유아교육의 이론과 실제는 아이로부터 나온다.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면 된다"면서 "출생하는 아이 수가 25만 명까지 줄었다. 이 시기가 유보통합의 적기다. 더이상 아이를 안 낳는 세상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 차기 대통령은 아이행복 대통령이 돼 달라"고 강조했다.
◇ "유보통합이 더는 정치문제 아닌 국가의 미래인 영유아의 행복 문제"
이일주 공주대 명예교수는 '유보통합 일원화 추진 방안: 관장 부처·법령·제정·교사 자격 등'에 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유보통합 3단계를 추진했으나 실패한 원인은 추진 주체가 명확하지 않았다"면서 "추진의 연속성, 강제성 등 기대할 수 없었다. 통합추진의 단계가 잘못돼 변죽만 울리는 꼴이 됐다. 관장 부처 통합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유보통합 의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단계나 방식에 대해, "국무총리실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든지,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게 하든지 해야 했다"면서 "2013년부터 8년이 지났으나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아이 한 명에 보호자 두 명씩 계산해도 400만 명, 여기에 영유아보육시설 종사자 포함하면 500만 명 정도가 되지 않나. 500만 명이면 다음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유보통합은 개혁이다. 있는 법으로는 못한다. 아이행복 대통령이 나와서 결정적 의지를 가지고 나서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관장 부처부터 교육부로 통합해야 한다. 유보통합이 더는 정치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인 영유아들의 행복의 문제요, 권익 보장의 문제인데 정권이 바뀌면 용어도 정책도 바뀌어 왔다. 유보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 이재명 캠프 "서두르지 않고 꼼꼼하게 잘 따져 제대로 된 공약 내도록"
두 명예교수의 발제에 이어 박백범 이재명 캠프 교육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전 교육부 차관)이 '유보통합 일원화 단계적 추진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박백범 부위원장은 "내부적인 토론과 논의를 하고 있으나 뚜렷하게 방향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 개인 의견을 드릴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 유보통합이라는 큰 목표에 대해서 반대는 없을 것 같지만 반대 이유는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노력함에도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어떻게 정책을 마련하겠냐. 유보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해결돼야 할 7대 과제가 남았다"면서 "관리부처 통합 문제, 중앙부처·지방부처 통합 문제, 또 쉽게 말씀하셨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재원확보 부분"이라고 꼽았다.
또 "교원들도 교사 자격, 시설 기준도 통합된다면 합당하게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면서 "양쪽 지원도 해줘야 하고, 재원 추계 결과 18조 5000억 원이 나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77조의 1/4이다.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박백범 부위원장은 "단계적 방안을 말씀 주셨다. 교사 자격 문제, 교사 양성 체계 문제, 사례는 많이 있다. 경과조치를 둬서 교사 처우, 어린이집 설비, 시설 기준 등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시도 의회 조례까지 성급하게 서두르기보다 꼼꼼하게 잘 따져서 발생할 문제 등 살펴가며 해야 제대로 된 공약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유보통합 시범사업, 세종시부터 시작해보자"
송대헌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교육감 비서실장은 유보통합에 대한 정부 의지를 꼬집었다. "(유보통합) 하려고 달려들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장벽이 아니라 해결해나갈 과제가 되는 것"이라고 '의지 없음'을 비판했다.
송대헌 비서실장은 "부모는 맡길 곳을 찾아 헤매고 시설은 원아 부족으로 폐원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초등학교에서 볼 수 없는 일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시설에서는 일어난다. 이것이 유보이원화 상태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특히 만 3세 이상의 장애유아는 의무교육 대상이다. 의무교육은 교육부 관할이다 보니 어린이집에 취원하고 있는 유아들은 '의무특수교육대상자'이지만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교육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차별받고 있다고 송 비서실장은 지적했다.
실제 교육부 관할 장애유아는 6975명, 보건복지부 관할 장애유아는 1만 2229명. 유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사배치, 교육비, 교육기자재, 재활치료기구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 역시 유보이원화 체제가 만든 그늘.
송 비서실장은 "세종시교육청에서는 유치원 원아들에게 완전 무상급식을 하는데 어린이집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같은 연령대의 대한민국 유아가 어느 기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가가 제공하는 혜택에서 차별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지자체와 교육청의 공무원이나 정책 담당자 중에서 유보일원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면서 "차라리 한 개 부처로 통합한 이후 그 부처 안에서 정리해나가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비서실장은 이재명 캠프에 세종시부터 유보통합 시범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유보일원화가 어렵다면 세종시처럼 독립된 자치 시에서 시범운영을 먼저 해보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 세종시는 세종시법에 특례조항을 넣는 방법으로 다른 시도와 구별되는 체제를 운영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재정은 핑계 불과… 사람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느냐?"
네 명의 발제가 끝난 후, 이중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안 하고 싶어서 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하고자 하면 안 되는 게 어디 있냐. 재정 우선순위에 문제가 있다. 사람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느냐"고 박백범 부위원장을 향해 물었다.
이 회장은 "격차와 차별 속에 아이들이 자라면 어떻게 되겠냐. 보육교직원이 33만 명이다. 불평등 없애겠다는 대통령 후보자에 대해 지지선언 하겠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예산 문제, 이것저것 핑계다. 30년 동안 그래 왔다. 격차와 차별 속에서 방임한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민간어린이집을 30년간 운영한 곽문혁 원장도 나섰다. "저출산의 문제, 아이들의 안전, 행복, 삶에 대한 문제에 안일해 보인다"면서 "저는 유보통합의 어려움이 재정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동 수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예산은 돌아갈 것이다. 오히려 이원화된 체계 속에 재정이 더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곽 회장은 "누구도 아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는 (유보통합과 관련해) 언급도 안 하고 있다"면서 "아이를 낳아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 마음을 알고 있느냐, 얼마나 영유아보육의 질이 침체되고 중단돼 있는지 모른다"며 "무상급식의 질도 떨어지고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유보통합) 반대 안 한다고 하면서 한다는 사람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백범 부위원장은 "재정 우선순위에서 사람 키우는 데 가장 우선에 두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느냐"면서 "유보통합은 논의 중이다. 여러분들 주신 말씀 잘 (캠프에) 전달하겠다. 어젯밤 늦게까지 유보통합 관련 논의했다. 복지위랑도 논의 과정을 거친 후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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