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상 선진국을 향한 도약 '한국형수치예보모델'

전혜영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2021. 12. 8.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10월 21일 첫 시험 발사를 '대부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비록 인공위성 모사체를 목표한 궤도에 올려놓는데는 실패했지만 아쉬움보다는 우리가 독자 기술로 만든 첫 발사체라는 자부심과 함께 한국도 머지않아 우주강국의 반열에 들어설 거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우주 분야에서 누리호가 국가대표라면 기상 분야에서는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이 활약하고 있다. KIM은 2011년 한국이 독자 기술로 전 지구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해 2019년 12월 결실을 맺었다. 한동안 대기과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수치예보모델의 독자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한 많은 의구심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상학계의 우수한 젊은 인력이 체계적인 개발 계획에 따라 9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개발을 마쳤다. 수십 년간 이어진 날씨 예측 분야의 기술 종속을 벗어나 세계 9번째로 수치예보모델 보유국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는 한국 기상학계의 큰 기쁨이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기상청은 2020년 4월 28일 KIM을 공식적으로 현장에 투입하고 최초로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일기 예보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KIM의 개발은 누리호 발사에 버금가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기상청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날씨 예측 기능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외국의 모델을 활용해 기상 예보를 하면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때가 종종 있다. 개선하고 싶어도 법적인 라이선스 문제로 개선이 불가능했다. 결국 기술 종속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얽매인 셈이다. KIM이 도입되면서 한국은 독자적인 기상 수치예보모델을 보유하게 됐다. 매일매일의 예보와 관측과의 차이를 통해 오차를 분석하고, 예보관이 제안하는 모델 개선점을 능동적으로 개선에 반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KIM 개발의 모든 과정에서 소스코드 작성에 참여한 국내 대기과학과 컴퓨팅 전문가들이 우수한 수치예보모델 개발자로 양성되면서 향후 세계 최고의 수치예보모델 개발에 도전할 기반과 발판이 마련됐다. 

최근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폭염, 장마, 태풍, 한파, 산불, 미세먼지 등 위험기상 현상들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 더 악화된 형태로 일어나 매년 새로운 극한값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일기예보는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급격한 기후변화 시기에 국가가 꼭 필요한 자체 수치예보모델을 확보해 기상 강국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다행인 점은 KIM이 기상 선진국들이 개발한 9개의 기상예측 모델들 중 이미 세계 6위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국민 생활과 안전에 직결되는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온 변동성의 예측 수준이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또 과거 우리가 자체 개발한 모델이 없어 문제점을 알아도 고치지 못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활발한 성능 개선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지속적인 성능 향상도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상청뿐 아니라 기상학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KIM의 물리 과정 개선,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계산기법 활용, 최신 인공위성 자료를 중심으로 하는 관측자료의 생산과 활용이 지속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KIM을 바탕으로 한 세계적 수준의 기후모델이 개발되면 기후변화와 관련된 우리 정부의 현실적 정책 마련을 위한 과학적 자료를 제공하고, 향후 제7차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도 반영돼 인류가 당면한 가장 도전적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혜영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한국기상학회장)

※필자소개
전혜영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제29대 한국기상학회장을 맡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을 거쳐 연세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연세대 학부대학장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학부 정회원을 역임했으며, 국내·외에서 대기역학 분야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전혜영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chunhy@yonsei.ac.kr ]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