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 '혼종',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 어떻기에..

오승훈 2021. 12. 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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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서사와 충격적 영상.

9일 개봉하는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 은 개연성을 초월한 내러티브를 통해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식, 인간과 기계의 구분 자체에 도발적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다.

자동차와 섹스하고 인간과 기계의 결합물을 잉태한다는 설정을 통해 '혼종'을 보여주는 <티탄> 은, 남장을 한 알렉시아가 후반부에 동료 소방대원들 앞에서 스트립 댄스를 추는 장면을 통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조차 뒤섞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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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여자, 인간-기계 구분 자체에 도발적 질문
여성감독으로 첫 단독수상 뒤쿠르노 "'사랑의 탄생' 그려"
영화 <티탄> 스틸컷. 왓챠 제공

파격적 서사와 충격적 영상.

9일 개봉하는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은 개연성을 초월한 내러티브를 통해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식, 인간과 기계의 구분 자체에 도발적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이 독창적이면서도 불편한 영화에 황금종려상(최고상)을 수여함으로써 예술영화에 대한 자신들의 오랜 지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머리에 티타늄을 이식한 채 성인이 된 알렉시아(아가트 루셀)의 직업은 모터쇼 스트리퍼. 보닛 위에서 자동차를 애무하듯 선정적인 춤을 추는 알렉시아에게 한 남성이 사인해달라며 다가온다. 그와 키스하다 이내 그를 살해하는 알렉시아. 공연장 샤워 부스에서 죽은 남성의 체액을 씻어내던 그는 쇼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자동차와 격렬한 정사를 나눈다.

영화 <티탄> 스틸컷. 왓챠 제공

이튿날부터 복통을 느낀 알렉시아는 동료 스트리퍼와 키스하던 중 또다시 살인을 하고 우연히 현장에 있던 다른 남녀들도 그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집에 돌아와 지하실에 불을 지른 뒤 부모가 자고 있는 안방 문을 걸어 잠그는 알렉시아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는 중에 실종 공고를 본다. 머리와 눈썹을 자르고 코를 부러뜨린 뒤 압박붕대로 가슴과 부풀어 오른 배를 싸맨 채 경찰서로 향하는 알렉시아. 실종된 이로 변장한다.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에 경찰서에 온 뱅상(뱅상 랭동)은 알렉시아를 보고 자신의 아들이 맞다고 말한다. 지역 소방대장인 뱅상의 관사에서 함께 지내게 된 알렉시아는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 두려워한다. 이윽고 만삭이 돼가면서 알렉시아의 몸에선 검은 기름이 흘러나오고 미칠 듯이 가려운 배를 긁어대자 피부가 벗겨지면서 티타늄이 드러난다. 도무지 말이 없는 알렉시아를 아들이라 여기며 사랑으로 보살피는 뱅상을 보며 알렉시아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정과 함께 욕정을 느낀다. 뱅상을 따라 소방대원 일을 거드는 알렉시아를 다른 소방대원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영화 <티탄> 스틸컷. 왓챠 제공

기계와 인간의 결합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티탄>은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크래쉬>(1996)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되레 더 불친절하게 보인다. 티타늄을 뇌에 삽입했다는 설정 외엔 알렉시아가 자동차 성애증을 갖게 된 계기는 제시되지 않고, 그가 부모의 집에 왜 불을 지르는지, 왜 사람들을 이유 없이 죽이는지, 뱅상은 왜 알렉시아를 보자마자 자신의 아들이라고 믿은 것인지 등에 대해 영화는 말해주지 않는다.

자동차와 섹스하고 인간과 기계의 결합물을 잉태한다는 설정을 통해 ‘혼종’을 보여주는 <티탄>은, 남장을 한 알렉시아가 후반부에 동료 소방대원들 앞에서 스트립 댄스를 추는 장면을 통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조차 뒤섞어버린다. 알렉시아가 자신을 아들로 여기는 뱅상을 유혹하는 장면에선 부모와 자식의 관계조차 전복시켜 버리는 식이다.

2011년 단편 <주니어>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면서 주목받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2016년 채식주의자인 주인공이 식인 욕망을 깨닫게 되는 장편 <로우>로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단독 수상한 여성 감독이 된 그는 “영화의 폭력성 때문에 관객들이 처음에는 비호감으로 느끼다 결국 인물들에 깊이 빠지면서 이 영화를 사랑 이야기, 더 정확히는 ‘사랑의 탄생’을 그린 이야기로 받아들이게끔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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