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강용석의 '고발 폭력'.."피해자 악질적 괴롭히기"
조동연 쪽 "2차 가해..악질적 행태 분노"
전문가들 "피해자 괴롭히기"
피해자가 수사 원치 않으면 사건 종결
“성폭력 피해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맥락 속에 위치하고 있다. 엄정한 사법 집행을 통한 가해자 처벌을 중시하는 피해자도 있고, 고발을 통해 촉발되는 언론의 과열된 관심이나 지난한 사법절차에 시달리는 것을 원치 않는 피해자도 있다.”
강용석 변호사(가로세로연구소)가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조교수(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가 밝힌 성폭력 피해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자지난 1월 비슷한 ‘고발 폭력’을 당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한겨레>에 이같이 말했다. 당시 장 의원이 성추행 피해사실을 공개하자 한 시민단체가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경찰에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 의원이 수사를 원치 않아 사건은 종결됐다.
조 교수는 강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으로 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인신공격이 계속되자 “과거 성폭력을 겪었다”며 고통스러운 개인사를 공개했다. 그러자 강 변호사는 이번엔 조 교수가 당한 성폭력범죄 가해자를 수사해 달라며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전문가들은 강 변호사 고발에 대해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악질적 괴롭히기이자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했을때 이를 잘 아는 강 변호사의 고발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 변호사는 조 교수의 과거 개인사와 자녀 신상을 공개해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조 교수를 대리하는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강 변호사의 행위에 대해 “누가 봐도 조동연 교수를 욕보이기 위한 2차 가해다. 악질적 행태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라고 했다. 그는 “조 교수와 어린 자녀의 사진, 실명, 생년월일 등을 유출하여 심각한 피해를 준 가해자들에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다. 현재는 어린 자녀와 가족들의 안정이 우선인 시점이다. 만약 조 교수가 성폭력 가해자를 고소하더라도 그것은 조 교수의 사생활이며, 고소 여부는 전적으로 조 교수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서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행위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강 변호사가 조 교수 가족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 그간의 행동 맥락을 살펴보면 이번 고발도 피해자의 입을 막겠다는 피해자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성폭력에 대한 제3자 고발은 피해자와 논의 하에 이뤄진다는 게 전제돼 있다. 본인 동의 없이 피해자가 경찰 조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굉장한 추가적 피해”라고 했다.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범죄사건처리규칙에 따라 고소·고발 사건에서 수사에 공공의 이익이 없을 때는 각하할 수 있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고발인데다 강 변호사의 고발 경위를 봐도 현 상황에서 그가 주장하는 공공의 이익은 허구에 불과하다”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법조인이 고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와 2차 가해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폭력범죄에서 제3자 고발을 가능하게 한 친고죄 폐지(2013년)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조 교수 사건 시기는 2010년이다. 조 교수를 대리하는 양태정 변호사도 “변호사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쇼잉’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강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조 교수께서 반드시 나서주셔야 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피해자다움’ 강요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혜영 의원은 “사법 집행에 나서지 않으면 피해자가 아니거나 피해자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인데, 고소·고발을 진행했는데 피해자의 인생이 너덜너덜해졌다면 과연 이게 제대로 된 피해자 구제라고 볼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사법 절차는 피해자 구제의 다양한 수단 중 하나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강용석 변호사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2010년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성희롱 발언으로 출당처분을 받은 바 있다. 2015년엔 자신의 불륜 사실을 보도한 기자를 상대로 방송사 캡처 화면에 아들 얼굴이 등장했다며 소송을 내 배상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주빈 장예지 기자 yes@hani.co.kr
※<한겨레>는 △성범죄 사건 등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예상되는 기사 △기사에 피해자가 부득이 등장해 해당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기사의 댓글 창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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