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늘리고 하루 7시간만 근무"..현대차 강성 새 노조 투쟁수위 높이나

서대현 2021. 12. 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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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안현호 지부장 당선
2007년 시무식 폭력사태 주도
미래차 생산시설 유치 공약
현대重·한국GM노조도 강성
고용불안·임금 불만에 선택
급변하는 車·조선 등 제조업
노사관계 최악 치닫나 우려
15일 울산 현대차 노조가 부분파업을 강행한 가운데 현대차 공장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다.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대형 사업장 노동조합에 강성 집행부가 잇따라 당선됐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실질임금 삭감, 정년 연장 등 제조업 분야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강경파가 노조 지도부를 장악해 향후 노사관계에 험로가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조합원 4만8000여 명이 지부장 선거 결선 투표를 한 결과 안현호 후보(56)가 2만2101표(53.33%)를 득표해 당선됐다고 8일 밝혔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년간이다. 결선 투표에 올랐던 권오일 후보는 1만9122표(46.14%)를 얻어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현대차 노조는 2년 만에 다시 강성 집행부가 이끌게 됐다.

안 당선자는 노조 현장조직 금속연대 소속으로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참여했고, 2006년 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다. 선거 공보물은 안 당선자를 2007년 1월 성과급 삭감으로 촉발된 시무식 폭력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소개했다.

안 당선자는 완전월급제 실시, 상여금 전액 통상임금 적용, 국민연금과 연계한 단계적 정년 연장, 수소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핵심 부품 생산시설의 공장 내 유치,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재 1·2조 각각 8시간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을 7시간으로 단축하는 것도 주요 공약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자동차 수요를 맞추기 위한 작업시간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근무시간 단축이 공론화하면 노사 간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치러진 국내 대형 사업장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강성 후보들이 강세를 보였다. 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선거에서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정병천 후보가 당선됐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정병모 노조위원장 당선 이후 5번 연속 강성 후보가 지부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노사는 구조조정과 회사 물적분할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한국GM도 노조 지부장 결선 투표를 진행 중인 가운데 결선 투표에 진출한 후보 모두 강성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위기와 급속한 산업 재편에 따른 고용 불안 때문에 조합원 표심이 강성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초 현대차 노사는 아이오닉5 생산을 앞두고 생산라인의 투입 인력을 30% 감축하고, 이 인력을 다른 업무에 재배치했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 현재 인력의 30~40%를 감축해야 한다는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조합원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고용 불안과 임금에 대한 불만 등을 누가 더 잘 해결해줄 수 있는가를 투표해 강성을 선택한 것"이라며 "다만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정년 연장을 내세운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대형 사업장에서 강성 노조가 연이어 등장하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강성 노조=파업'이라는 등식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울산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지난 2년간 현대차가 무분규로 협상을 끝내 경영이 한결 수월했는데, 강성 노조가 집행하면 다시 파업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차량용 반도체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 강성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해외 차 업계는 이미 고용을 줄이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현실적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노사 합의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투쟁 중심의 강성 노조 이미지 때문에 노사관계 경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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