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속상했다" 택시기사 울린 '9300원 먹튀' 고교생들
고등학생 5명을 차에 태웠다가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이른바 ‘먹튀’를 당했다는 한 택시기사의 호소가 나왔다. 그는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제발 서로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 A씨는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택시비 먹튀 도주 고등학생. 화나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오전 6시 42분쯤 서울 상암동에서 아침 첫 승객으로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을 태웠는데 중간에 일부가 내리고, 목적지에서 남은 남학생 2명이 운임 지불을 하지 않고 도망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촬영된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 일부를 함께 올렸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5명을 차에 태우기 직전부터 경유지에서 3명을 내려주는 모습, 남은 2명이 택시비를 내지 않고 도주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만 얼굴은 모자이크했고 목소리 역시 변조된 음성으로 바꿨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 손님들은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욕설 섞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은 “경찰 하고 싶다” “내신이 잘 나온다” 등의 발언을 하는데, A씨는 해당 내용을 듣고 그들이 고등학생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어 한 손님이 “광흥창역 4번 출구 앞에서 한번 내려달라”며 경유지를 말했고 이어 A씨가 손님 3명을 먼저 내려주는 모습이 나온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씨는 “(목적지인) 후암시장으로 향하자 시장에서 동떨어진 골목으로 들어가 달라고 요청하더라”며 “골목으로 들어가길래 이때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2번 정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영상 속 손님들은 하차 직전까지 노래를 흥얼대며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요청에 따라 골목 앞 갓길에 차를 세운 A씨는 “카드 대주세요”라며 택시비 9300원을 안내했다. 그 순간 뒷좌석에 있던 두 명은 동시에 차에서 내려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까운 골목으로 도주했고 뒤늦게 따라 내린 A씨는 “도둑이야”를 외쳤지만 손님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A씨가 한숨을 쉰 뒤 다시 운행하는 장면으로 영상은 마무리됐다.
A씨는 “계기판을 바라보고 있고 기계음 때문에 문 열고 나가는 걸 바로 못 봤다”며 “만원도 안 되는 돈이지만 아침 첫 손님부터 속이 상했다. 하루종일 생각나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이 더 이상 택시기사들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이 반성하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금액을 떠나서 정말 속상한 일이다” “저런 손님은 혼 좀 나야한다” “저러다가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등의 댓글을 달아 공감했다. 이번 사례처럼 택시비를 내지않고 도주할 경우 경범죄처벌법 위반 혹은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요금의 5배를 물어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