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제외' 교회..오미크론 확산에도 '북적'
종교시설 방역패스 제외..대형교회 평일 예배 북적
"걱정돼도 기도 중요"..정부 "종교시설 방역강화 검토"
"밀폐된 공간이라 감염 위험 커..방역패스 적용해야"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백신 3번 맞았는데 당연히 감염 걱정 전혀 없죠.”
인천 미추홀구 대형 교회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와 감염 의심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집단감염 사태가 촉발된 가운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교회 등 종교시설에는 여전히 현장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출입 관리를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종교시설을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신호탄이 된 ‘교회 집단감염’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를 통한 감염 우려가 크다며 종교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상 최다인 7000명대를 기록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대형 교회는 수요예배에 참석한 중장년층과 노년층 신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튜브 실시간 예배가 있는데도 수백명의 신도가 현장을 직접 찾아 열기가 뜨거웠다. 예배를 마친 오전 11시 40분쯤에는 이들이 한꺼번에 예배당에서 빠져나오면서 인근 거리를 빼곡히 메워 혼잡해졌다. 일부 신도들은 서너명씩 모여 대화를 하거나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등 모임을 이어가기도 했다.
30년째 교회에 다닌다는 한모(70·여)씨는 “죽을 날이 가까워져서 영생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러 왔다”며 “백신을 3번 맞아서 (감염)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박모(70·여)씨도 “코로나 걱정은 되는데 어깨가 아파서 백신을 못 맞았다”며 “그래도 기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백신 미접종자 전용 입구로 걸음을 재촉했다.
40년째 꾸준히 예배에 참석한 민모(87·남)씨는 “나라를 위해, 그리고 코로나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한다”며 “예수님이 저와 함께 계시니까 코로나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모(80·여)씨도 “나라를 위해 60년째 기도하고 있다”며 “여기는 코로나 걸린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괜찮다”고 웃었다.
하지만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등 방역에 빨간불이 켜지자 같은 교인이라도 현장 예배 등 다수가 모이는 상황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이모(29·남)씨는 “방역상 위험해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며 “직접 가서 예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굳이 현장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 추가 후속조치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4주간 식당·카페·학원·영화관·공연장·독서실 등 16개 업종으로 방역패스가 확대 적용됐다. 그러나 시설 출입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상점·마트·백화점·결혼식장·장례식장·놀이공원·전시회·종교시설 등 14개 업종이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신천지 대구 교회, 그리고 같은 해 8월 1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신도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가한 광복절 도심 집회가 불씨가 돼 집단감염이 번지면서 코로나19 1,2차 대유행이 촉발된 탓에 ‘종교시설 방역패스 미적용’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교시설 방역 강화대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종교시설 출입 관리가 어렵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서울 대형 교회는 신도 확인증을 소지한 이들만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한 뒤 백신 접종 완료자와 미접종자를 각각 다른 출입구로 안내하고 있었다. 다만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했을 뿐 예배 중 함께 찬송가를 불러 출입 관리가 무색했다.
교회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방역지침 외에 특별한 건 따로 없다”며 “백신 접종을 완료한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이 다른 출입구를 이용하고, (교회 내부에서는) 취식은 당연히 금지지만 마스크를 끼고 있으니까 대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종교시설도 방역패스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물론 방역지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예배뿐만 아니라 그 시간 전후로 대화도 하고 다과를 즐기기도 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 감염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며 “백화점도 문 앞에서 수천명의 QR코드(전자출입명부)를 찍어서 출입 관리를 하는데 당연히 종교시설도 그렇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연 (bigki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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