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우려는 커지는데..' 국내 백신 제조사들 난처한 까닭
국내에선 임상3상 완료한 모체 백신 없어 사실상 임상 불가
원형 코로나바이러스 대상 백신 개발 주력하지만 상품성에 의문도
화이자, 모더나 등 선발업체 승자 독식 현상 뚜렷
[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국내 기업들이 어느 세월에 오미크론용 백신 개발을 할까요?” (국내 한 진단의학과 전문의)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미크론이 기존 백신을 무력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해외 제약사들은 ‘오미크론용 백신’ 개발에 발빠르게 나서는 모습이다. 문제는 원형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상용화에도 성공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다. 입증받은 백신이나 플랫폼이 없으니 오미크론용 백신 임상을 당장 진행할 수도 없고, 만들고 있는 기존 백신은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오미크론 특화 백신? 국내에선 비교할 모체 백신이 없다
화이자, 모더나 등 해외 기업은 일찌감치 오미크론용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기존 백신의 오미크론에 대한 효능을 살펴보는 동시에 새 백신을 만들기 시작한 건, 오미크론 특성 탓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하는 열쇠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2개의 돌연변이가 발견돼서다. 델타 변이(16개)의 두 배다. 스파이크 단백질과 세포의 결합을 방해하는 기존 백신이 소용없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화이자는 오미크론용 백신 개발에 약 100일, 모더나는 임상시험 착수까지 90일이 각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증명된 백신이 있기에 단기간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이들 업체들의 주장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코로나19 원형 백신을 내놓은 제조사가 동일한 공정을 통해 제조한다면 비임상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지 않고 임상에서도 원형 백신의 유효성을 바탕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인정받은 백신 플랫폼으로 변이용 후보물질을 빠르게 도출해낼 수도 있다.
오미크론에 특화된 백신의 필요성이 언급되지만, 국내 기업들은 지켜봐야만 하는 처지다. 임상3상까지 완료한, 근간이 되는 백신이 없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6월 발간한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 고려사항’에 따르면 변이 백신 유효성은 임상시험을 통해 허가된 모체 백신과의 면역가교를 통해 추정된다. 그런데 임상 초기를 완료한다 해도 변이주 백신이 비열등하고 안전하다는 걸 비교할 백신이 없다.
당장 오미크론용 백신을 만들 방법이 아예 없진 않다. 모체 백신이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플랫폼의 유효성 임상시험 결과로 이미 허가된 다른 제조사 코로나19 백신과 대조해 우월하다는 걸 입증하면 된다. 그러나 국내 대학병원 한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상시험에 돈이나 시간이 많이 소요될뿐더러,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아직 효과를 증명해내지 못했는데 우월성을 입증할 수 있을까”라며 반문했다.
그러나 기존 백신에 집중해 백신을 내놓는다 해도 상품성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이 교수는 “국산 백신은 원형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개발 중이기 때문에 중화항체 형성 능력 등 변이에 대한 효과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성공하더라도 화이자, 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보다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이 완전한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 국산 백신에 대한 의문은 증폭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임상 중인 백신이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은 연구실 데이터나 동물실험 결과에 의존한 ‘주장’에 불과하다. 실제 임상3상을 거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항원을 더 넣어 모든 변이에 대항할 수 있다 예상해도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오미크론에 대한 연구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기술력과 돈에서 비롯된 ‘승자 독식’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선제 대응 능력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김우주 교수는 “화이자나 모더나는 빨리 백신을 개발해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냈고, 재투자를 통해 변이에 대응하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 상황은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격”이라고 했다.
김명선 (sunl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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