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 발표 이틀 앞두고 '생명과학Ⅱ 20번' 법정 다툼 시작

박용필 기자 2021. 12.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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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진 수능 생명과학Ⅱ 문항을 둘러싼 첫 법정 공방이 열린 8일 오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집행정지를 신청한 수험생과 소송대리인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심문이 끝난 뒤 법정에서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을 이틀 앞둔 8일 수능 출제 오류 여부를 다투는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본안 소송에 앞서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가 9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대입 전형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이날 수능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수능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 결정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지난달 수능 시험 이후 평가원에는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이 160건 가량 접수됐다. 제시된 지문을 읽고 두 집단 중 하디·바인베르크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선택지 3개 항목의 진위를 가리는 문항이다. 수험생들은 지문대로 계산하면 동일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로 인해 정답을 풀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며 ‘이상 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에 일부 수험생들이 소송인단을 모집했고 지난 2일 92명의 수험생들이 평가원의 문항 정답 결정을 취소하라는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들을 대리한 김정선 변호사는 이날 심리 후 “학생들은 음수의 개체수가 나오면 정답에서 제외하라고 배웠다”며 “올 초 EBS교재에서도 같은 오류가 발생해 EBS가 오류를 공식 인정하고 정정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오류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문항은 완전하지 않지만 정답을 맞힌 사람이 있으니 변별력이 있다’는 궤변으로 엉터리 문제를 출제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소송에 참가한 한 수험생은 “(해당 문항의 배점인) 2점은 내가 목표했던 학과는 물론 학교가 바뀔 수 있는 점수”라며 ”너무 억울학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해당 문항은 전체 20문항 중 변별력을 가지는 3문항 중 하나였고, 문제에 오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한 채 반복해서 계산을 하다 시간을 다 보냈고 결국 나머지 문제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집행정지 신청의 인용 여부는 수능 성적 발표를 하루 앞둔 9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용될 경우 해당 과목 성적 발표가 연기되면서 대입 전형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의 오류 여부 자체를 가리는 본안 소송은 수능 성적 발표 당일인 오는 10일 시작된다.

2014년에도 당시 수능 세계지리 문제의 출제 오류 여부를 다투는 집단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오류 없음’으로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정답 없음’이 인정돼 원고들이 승소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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