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딸 굶겨죽인 부부, 2심도 30년형..방청석 "감사합니다 판사님"

대소변을 먹이고 때리는 등 엽기적 학대로 8살 딸을 숨지게 한 친모 A씨(28)와 계부 B씨(27)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30년형이 각각 선고됐다.

8일 서울고법 제6-2형사부는 A씨 부부와 검사 양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 양형이 적당하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되자 방청석에선 울음소리와 함께 "감사합니다 판사님"이라는 외침이 나왔다.

이날 재판에서 친모 A씨는 계부 B씨와 함께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하면서 생후 8개월된 구치소에서 출산한 아기를 안고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들 부부는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유기방임),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친모 A씨는 사망 당일 새벽에 깨우고 찬물로 씻기고 방치하지 않았다고 일부 학대행위를 부인했다. 계부 B씨는 출근 뒤의 일이라 친모의 학대에 가담하거나 묵인하지 않았고, 사망 당일에도 도착해보니 이미 사망한 상태였기에 사망에 대한 본인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계부 B씨가 설령 피해 아동이 사망한 상태에 도착해서 즉시 구호조치를 취할 수 없었어도 친모 A씨가 사망 이틀 전부터 식사와 물을 전혀 제공하지 않아 피해 아동의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제대로 걷지 못했음에도 냉장고에서 몰래 음식을 몰래 꺼내 먹는다는 이유로 체벌과 학대를 했다"며 "그런데도 사망 당일 누워있는 피해 아동을 발견하고 화가 난 상태로 옷과 속옷을 모두 벗긴다음 온몸을 때린 뒤 2시간 가량 방치하는 등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동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않은데도 아동학대 발각을 우려해서 병원에 데려가거나 119 신고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사망당시 몸무게가 13kg으로 극심한 저체중이었고 국과수 법의관은 피해자의 주된 사망원인을 극심한 영양불균형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사망원인에 대해 재판부는 "찬물샤워로 인한 저체온 노출로 저체온이 사망에 기여했을 수는 있지만 저체온이 주요한 사유로 분류될 수 없다"며 "서울대 법의학교실도 저체온보다는 피고인들에 의한 극심한 영향불균형으로 사망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8세에 불과한 어린아이가 2018년부터 3년간 지속적으로 학대당하고 사망한 날까지 하루 1끼만 제공받거나 전혀 식사를 제공받지 않아 심각한 영양불균형 상태에 있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며 "피고인들은 심각한 영향불균형 상태에 빠진 피해자에게 음식과 물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온몸을 옷걸이로 때리고 찬물 샤워 뒤 물기를 닦아주지 않고 화장실에 방치했기 때문에 결국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와 같은 극심한 영양불균형 상태에서 온몸에 찬물을 끼얹은 상태에서 알몸에 방치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건 의료전문가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며 피고인들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사망이후에도 사체를 유기하고 폭행에 쓰인 도구를 버린 뒤 4시간이 지나서야 숨을 쉬지 않는다는 119신고를 한 점을 보면 사망을 예기치 못했다고 보기어렵다고 지적했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입건된 계부 A씨(27, 사진 왼쪽)와 친모 B씨(28)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1.3.5/뉴스1

앞서 인천지법도 1심에서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A씨 부부가 "딸 C양의 온몸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대소변을 먹게 했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경악할만한 학대 과정은 C양이 올 3월2일 인천 중구 운남동의 주택에서 숨지면서 알려지게 됐다.

A씨는 전 남편 사이에서 숨진 C양과 아들 D군(9)을 낳았다.이혼 뒤인 2017년 B씨와 혼인신고 후 동거했다. A씨 부부는 C양과 9살 아들이 3년간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다 집으로 돌아온 201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학대를 시작했다.

사망시 C양은 얼굴·팔·다리 등에 멍 자국이 심했고 영양결핍이 의심될 정도로 마른 상태였다. 키는 110cm 몸무게는 13㎏에 불과했다. 초등생이었던 C양은 사망 직전까지 기저귀를 사용하기도 했다.

C양은 119구급대 도착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A씨와 B씨가 수감되면서 또 다른 자녀인 D군은 홀로 남아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된 상태다. 사건 직후 A씨 부부는 숨진 C양의 한 살 위 친오빠인 D군에게 이들이 C양을 학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을 시키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수사를 대비해 D군에게 '5대 정도만 때렸다'는 식으로 답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D군은 A씨 부부의 학대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A씨 부부가 딸을 자주 떄렸고 평소에도 찬물로 샤워시키는 등 학대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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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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