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 청소년들이 상처받지 않고 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원두의 꿈은 계속 된다

류인하 기자 입력 2021. 12. 8. 17:01 수정 2021. 12. 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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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7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커피숍 ‘데일리로스팅’에서 채석진씨와 노지형 길잡이 교사, 최현선씨(왼쪽부터)가 커피숍의 주요 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커피숍은 도시형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인 ‘원두’ 출신의 청년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금천구 제공


“저희가 주로 블렌딩하는 원두는 브라질과 콜롬비아산인데 7대 3 비율로 만듭니다.”

7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데일리로스팅 커피’ 직원이자 협동조합 ‘원두’의 이사장인 채석진씨(22)가 가게의 상품에 대해 설명했다. “과테말라와 케냐AA를 블렌딩한 스페셜라인도 있고요, 요즘 주력하고 있는 상품은 캔에 커피를 담아서 휘낭시에 빵과 함께 세트로 판매하는 제품이예요. 선물용으로 드립백 세트도 많이 나가고 있습니다.”

채씨는 초등학교 6학년 이후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약 6년간 선택적 함묵증을 앓았다. 대인기피증도 있었다. 당연한 수순처럼 학교밖 청소년이 됐다. 그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은 대안교육기관 ‘원두’의 노지형 길잡이교사(38·주임)를 만나고부터였다.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카페를 운영하면서 제가 손님에게 응대할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정말 큰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요.” 채씨는 이제 큰 어려움 없이 타인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커피 강습도 한다.

‘원두’는 서울 금천구의 유일한 도시형 대안교육기관이다. 원두에 담긴 뜻은 두 가지다. 말 그대로 ‘원두커피를 만드는 청소년 배움기관’이라는 의미와 ‘원하는 것을 하라(want to do it)’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매년 9명 가량의 학교밖 청소년이 원두의 학생이 된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학교폭력 피해자이거나 위기가정 자녀들이다.

원두는 2014년 4명의 학교밖 청소년·위기청소년과 함께 문을 열었다. 노 주임은 “단순히 위기청소년의 취업지원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보자’는 생각으로 2014년 도시형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금천구 청소년 전문상담기관 ‘꿈드림’의 청소년지도사로 일해온 노 주임은 꿈드림을 통해 처음 채씨를 만났다. 그는 커피와 관련한 사업을 하기 위해 채씨 등과 함께 협동조합 ‘원두’를 만들었다.

독산동 ‘데일리로스팅’은 ‘협동조합 원두’가 운영하는 제2호 커피숍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채씨를 비롯해 3명의 학교밖 청소년 출신 청년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원두가 커피전문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된 계기 역시 아이들 때문이었다. 노 주임은 “아이들이 사회진출을 하기 전 디딤돌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원두에 입학한 아이들은 대부분 한국커피협회가 공식 발행하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그런데 막상 졸업 후 취업을 하려면 사회가 요구하는 학력 등에 부딪혀 실패하고 아이들은 결국 다시 집 안으로 숨어듭니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서 우리의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아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아가 도전할 수 있는 준비기간, 혹은 디딤돌 역할까지도 해야한다고 판단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게 됐어요.”

커피가격은 2000~3000원으로 저렴하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자신의 목표를 다시 세우고 사회로 나아갈 준비기간을 갖는다.

채씨는 앞으로 코딩 관련 일에 도전할 계획이다. 채씨과 함께 일하고 있는 최현선씨(22)의 경우 계속 바리스타 일을 해나가며 전문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할 계획이다.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원두의 이같은 노력은 지난 3일 ‘2021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활동사례 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인정받았다. 노 주임은 “대안학교 ‘원두’와 협동조합 ‘원두’를 통해 학교밖 청소년들이 너무 높은 벽에 부딪히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면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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