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규제에 가계대출 꺾였지만..2금융권 풍선효과 '뚜렷'

오정인 기자 2021. 12. 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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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대출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이어진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9000억 원 증가해, 한 달 전 증가폭 6조1000억 원보다 소폭 둔화됐습니다.

하지만 2금융권 대출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1조 원에서 2조9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5.9조↑
주택거래 줄자 주담대 3.9조 증가 그쳐

오늘(8일) 금융위원회는 '11월중 가계대출 동향'을 통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5조9000억 원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3조9000억 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조 원 늘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7%"라며 "지난 7월 이후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가계대출 증가율은 1년 전과 비교해 10%를 기록했는데 현재까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둔화세를 보이는 데는 주택거래량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3조9000억 원 늘었는데 9월(6조7000억 원)과 10월(5조2000억 원)에 이어 감소폭이 더 커졌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 2019년 11월(3조8000억 원), 12월(4조 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6조8000억 원)과 비교해도 크게 줄었습니다.

집값이 오르고 대출 규제가 계속되는 데다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거래절벽이 심화됐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4만8796건으로, 한 달 전보다 11.6% 줄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6.3%나 감소했습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오히려 증가폭이 확대됐습니다. 기타대출은 지난 10월 9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증가폭은 한 달만에 2조 원으로 두 배 넘게 커졌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거래 감소 등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한 달 전보다 감소됐다"며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경우 신한서부티엔디리츠 공모주 청약(증거금 3조 원)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권 가계대출 주춤…2금융은 '풍선효과'
전문가들 "2금융 이어 사금융 수요도 늘 듯"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속도 역시 늦춰졌습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9000억 원 늘었는데 한 달 전 증가폭인 5조1000억 원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주택매매 거래량 감소 등으로 주담대 증가폭이 4조700억 원(10월)에서 2조4000억 원(11월)로 축소된 영향이 컸습니다.

지난달 은행권 신용대출은 6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증가폭이 5000억 원이었던 지난 10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요자 입장에선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면 어떻게든지 영끌해서 대출을 받고 우회로를 찾아갈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 동두천에 이어 일부 지역에서도 하락세가 나타난다면 금융권 가계대출은 연초에도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처럼 은행권에선 '대출 조이기' 효과가 나타나는 분위기지만 2금융권은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9000억 원 증가했는데 지난 10월 1조 원 증가한 데 비해 증가폭이 3배 가까이 확대됐습니다. 지난 7월 이후 매달 감소세를 나타냈는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특히 상호금융의 대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달 상호금융 대출은 2조1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증가폭이 4000억 원에 그쳤는데 5배 넘게 확대된 것입니다.

최근 일부 대출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한 농협과 수협 상호금융의 경우 가계대출이 한 달 전보다 각각 1400억, 400억 원 줄었습니다. 감소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호금융 대출 증가폭이 확대된 것은 신협과 새마을금고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은 각각 8500억 원, 1조4600억 원 증가했습니다. 한 달 전(4900억 원, 6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더 확대됐습니다.

금융당국이 총량 규제를 앞세워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풍선효과는 여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코로나19로 가계가 어려워져 피치 못하게 빌리는 돈"이라며 "1금융권이 대출 규제로 막히니 2금융권, 더 나아가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생활자금의 경우 실수요인 만큼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신 교수는 "사금융 이자는 정말 살인적인데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니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는 것"이라며 "생계가 어려워진 이들의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규제만 계속된다면 풍선효과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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