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맞지 말라는데?"..백신 접종 두렵고 미접종 불편한 임신부들
질병청 "체외수정 때도 접종" 권고
“임신준비 중에는 코로나19 백신을 가능한 안 맞는게 좋다.”
둘째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ㄱ(32)씨는 두 달 전쯤 산부인과 의사에게 이런 권고를 들었다. 아버지 지인 중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이 나오면서 가뜩이나 불안감이 컸던 ㄱ씨는 의사의 미접종 권고까지 들은 뒤 차마 백신을 맞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정부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서 미접종자인 ㄱ씨에게 생활의 불편이 뒤따랐다. 20개월인 첫째 아이가 이용하는 도서관과 육아종합센터 등 출입이 어려워진 것이다. ㄱ씨는 8일 <한겨레>에 “마스크를 쓰고 잠깐 장난감과 책을 빌리는 곳조차 이용을 못한다고 하니까 어린이집 등 점점 더 출입이 제한될까 봐 막막하다”며 “2차, 3차 접종까지 해야 하는데 무한정 임신을 미룰 수도 없고 혹시 임신했는데 열이나 태아 기형 부작용이라도 생길까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의 사례처럼 의사가 임신부 또는 예비 임신부에게 접종하지 말라고 권고했더라도 ‘방역패스’ 예외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부는 아나필락시스나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심근염·심낭염 등 1차 접종 후 중대한 이상반응자나 항암제를 투여하고 있어 접종을 연기해야 하는 사람 등에 한정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임신 준비 중 의사에게 미접종을 권고받은 경우는 예외대상으로 인정된 적이 없다”며 “임신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중증·사망 위험이 큰 고위험군으로, 지속적으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강력한 접종 권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예비 임신부와 산모들이 적지 않다. 실제 8일 오전 9시 기준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백신 임신준비’를 검색하면 7930건의 관련 글이 올라와 있다. “임신준비 중, 백신 맞아야 할까요?”, “의사가 아직 임신부가 맞아도 되는지 아닌지 컨펌되지 않았다고 백신을 안 놔주셨다는데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다”, “임신준비 백신 2차 접종 너무 고민됩니다” 등 백신 접종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예비 산모들의 고민이나 이에 대한 조언이 대부분이다. 이날 0시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 2차 접종을 완료한 임신부는 1175명에 그친다.
문제는 온라인상에 떠도는 미확인·허위 정보들이 예비 산모들과 임신부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임신 준비 중에 백신을 맞아도 되냐’는 질문엔 “백신맞고 부정출혈, 생리불순 등 부인과 질환이 많은 것은 백신 성분이 난소에 많이 쌓여서 자리잡기 때문이니 임신계획 중이면 안 맞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답변이 올라와있다. 또 “집단감염 58명 중 57명이 접종자라는데 왜 맞아야 하냐, 항체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임상 단계 백신을 맞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등 잘못된 정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직후 모유가 파란색으로 변했거나 백신을 접종한 산모가 낳은 아기에게 꼬리가 달렸다는 등 백신 불안감을 키우는 정보도 흔하다.
질병청이 지금까지 축적된 과학적 데이터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만든 ‘임신부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주요 FAQ’를 보면, 임신준비 중인 접종대상자에 대해선 예방접종이 가능하며 접종을 하면 임신 중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줄어든다. 감염으로 인한 조산과 같은 합병증 위험도 감소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유산의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없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단, 12주 이내 초기 임신부는 ‘접종 전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진찰받고, 접종에 대해 충분히 안내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생리불순으로 배란 일정이 달라져 체외 수정이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질병청은 “체외수정 중에도 백신 접종을 하되 접종 시기를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하길” 권고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 역시 임신부 백신 접종의 효과를 보여준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코로나에 감염된 임신부의 사산율은 1.26%로 감염되지 않은 임신부(0.64%)보다 약 2배 높다. 특히 델타변이 확산 이후(올해 7~9월) 코로나 확진 임신부의 사산율은 2.7%로, 같은 기간 감염되지 않은 임신부 사산율(0.63%)와 견줘 약 4배 이상 높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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