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 7000명대·입원 대기 중 사망 속출.. 의료 붕괴 현실화?
병상 확보 부족해 전국서 대기자 919명
위드 코로나 이후 대기 중 사망 증가 추세
전문가들 "의료체계 붕괴 머지않아" 경고
◆신규확진자·위중증 환자 역대 최다… 입원 대기 중 사망 늘어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확진자 수는 7175명으로 처음으로 7000명대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도 840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직전 최다 기록은 전날의 774명이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폭증한 반면 병상 부족 현상은 계속되며 병상 배정 대기자 수는 1000명 수준에 육박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도 1일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확진자는 전국에 919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단계별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지난달부터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는 29명이다. 11월 첫째 주 1명이던 대기 중 사망자는 11월 둘째 주 2명, 11월 셋째 주 10명으로 늘었고 지난주에는 13명으로 늘어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중증 환자 병상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신규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 증가세에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달 행정명령을 통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등에 병상 확보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전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준중증 병상 확보는 목표치인 454개에 크게 못 미치는 166개에 그쳤다. 이는 목표치의 36.5%로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경증보다 조금 더 심한 단계인 중등증 환자를 수용할 병상은 목표치인 692개보다 많은 844개가 확보됐다.
정부는 일단 모든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만 쓰는 거점전담병원을 2곳 추가 지정하고 병상 600개를 확보하는 등 병상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당히 늦은 조치라며 이미 피로도가 높은 기존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더 쥐어짜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때부터 확진자 폭증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데 정부의 대비가 미흡해 의료체계 붕괴 직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자체가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료적 피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이라며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작할 때 확진자 폭증은 이미 예견하고 대비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며 확진자 수가 기존 2000명 수준에서 몇 배로 늘 수 있다는 것을 분명 예측했을 거고 그렇다면 최소 2000~3000개 병상은 미리 확보했어야 했다”며 “그런 대비책 없이 막연히 ‘백신 접종률을 높였으니 중증으로는 안 가겠지. 집에서 치료하면 되겠지’하는 개념으로 위드 코로나를 시행했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 수도 부족하고 기존 의료진 피로도도 이미 한계인데 전담병원이나 대학 병원에 억지로 병상을 늘리라고 하는 건 더 이상 무리”라며 “지금이라도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등 실내 시설을 이용해 대규모로 병상을 확보하고 각 상급종합병원에서 차출한 의료진을 한곳에 모아 번갈아가며 환자를 돌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입원 환자 기준을 명확히 해 우선순위를 정립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실 병실 우선 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에서 “중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했을 때 제한된 의료자원으로 더 많은 중환자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중환자실 입실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며 “중환자 병상은 제한돼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합의된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 또한 마련돼야 한다.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는 ‘최고의 치료’보다 ‘최적의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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