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아이도 학부모도 교육환경 변화에 '홀로서기'
[김병찬 기자(design8517@naver.com)]
코로나19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습과 과제에 대한 부담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에서 배우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학습이 부족해지거나 격차가 발생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졌다.
학교라는 공간적 기능과 역할이 제한되면서 가정에서 학습하는 자녀들을 돌보는 데 시간적 어려움이 늘어났고, 양육의 문제로 이어지면서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학부모들도 10명 중 4명이나 됐다.
변화된 교육환경에 적응하는 데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힘들어 하고 있지만 해결은 오로지 개인의 몫일뿐이다. 가족이나 주변의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대부분이고 공적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교사와 학부모단체 등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제대로 대처할 시스템 마련이 시급함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가 지난 10월 1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경남지역 학부모 102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극복을 위한 경남학부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공교육에서 발생한 틈새를 학부모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학습격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944명(92.5%)에 달했고, 사교육(53.5%)이나 학부모 스스로 가르치기(19.8%)로 대처하고 있다고 응답한 데서 잘 나타난다.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32.4%)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이어 학습 전담인력 배치(29.3%)와 교실수업 전환(20.7%) 등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학부모들이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느끼고 있고 안전하고 정상적인 교실운영을 원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해나가기 위한 학교와의 소통에 대해서는 긍정적 답변이 적었다. 보통(51.3%)과 부족하다(33.9%)는 답변이 주를 이뤘고, 교육주체들의 노력에도 학부모들이 느끼는 상대적 요구는 보다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소통 부족의 원인에 대해서는 경남교육정책의 부족(16.9%)이 가장 많이 꼽혔다. 또 교사의 업무과중(12.2%)과 아이들을 대하는 획일적인 문화(11.5%) 등이 다음 순위를 차지해 특정 한 가지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경남교육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코로나19 이후 경남의 교육정책이 혁신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한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교육복지(54%)와 경쟁교육을 벗어나 협력 교육으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5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미래교육 강화(47.8%)와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47.3%) 등이 비슷한 비율로 나와 교육분야 정책의 전면적 혁신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입시제도 개선 등 경쟁교육 반대운동(52.1%)이 가장 높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교육복지와 교육재정 확보(51.1%), 학부모 교육사업과 커뮤니티 활성화(43.4%)가 뒤를 이었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급당 인원수를 줄일 것과 작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습격차를 완화시키고 사교육을 줄여나갈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학습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과 학습이 곧 입시와 직격된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도 제안했다.
입시로 귀결되는 경쟁교육을 지양하고 협력과 소통을 통해 소외되는 아이가 없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아이들 자신을 맞추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서 주인이 되도록 뒷받침하자는 것이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코로나19는 교육의 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며 “교사와 학부모, 교육 종사자들 사이에는 다방면의 소통구조가 필요하고, 그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소통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더욱 커졌다”고 조사결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이제 더 이상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 방식을 고수한다면 사교육이 공교육을 잠식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코로나19보다 더한 환경이 닥쳤을 때 모두는 또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자녀 양육에 대한 어려움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병찬 기자(design8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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