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뜰 때까지 하는 미국 대법관..임기제 도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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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연방대법관 종신제를 임기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제안을 담은 보고서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출됐다.
한번 기용되면 수십년간 대법관을 할 수 있는 미국 사법 체계의 독특하면서도 대표적인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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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임기로 대통령마다 균등한 지명 배분 제안
민주당 쪽 '보수 6 vs 진보 3' 구도에 불만
공화당 쪽 위원들 반대로 단일 의견은 못 돼
미국의 연방대법관 종신제를 임기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제안을 담은 보고서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출됐다. 한번 기용되면 수십년간 대법관을 할 수 있는 미국 사법 체계의 독특하면서도 대표적인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연방대법원 개혁을 논의한 초당적 검토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이 위원회는 국가적 영향력이 큰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쏠림이 심해졌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졌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가 공화당 주도 상원에서 거부당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인 지난해에는 별세한 진보 성향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후임으로 보수색이 강한 에이미 코니 배럿이 기용된 것에 대한 민주당 쪽 불만이 배경이다.
미국의 대법관 종신제는 사법부 독립을 뒷받침하는 제도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고인 물’이 될 수 있고, 특정 정당이 ‘알박기’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1960년대 말 평균 15년이던 대법관 근속 기간은 현재 26년으로 늘었다. 1991년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73) 대법관이 가장 오래됐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50살 때인 2005년 사법부 수장이 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4년마다 바꿀 수 있어도 대법원 구성은 특정 진영이 장기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어 ‘민주적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검토위원회 보고서는 임기 제한을 지지하는 여론이 상당하다면서,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사망할 때까지 자리가 보장되는 현행 제도를 임기 18년으로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하면 각 대통령마다 대법관을 2명씩 고르게 지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는 각 대통령마다 대법관의 자진사퇴 또는 사망 여부에 따라 지명 가능한 숫자에 편차가 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 성향 인사들을 배치하면서 보수 6, 진보 3 구도다. 검토위원회는 임기제를 적용하려면 법률보다는 헌법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법률로 정한다면 이해당사자인 현직 대법관들이 이를 위헌 법률 심판 사건으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토위원회는 여론과 제안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쳤을 뿐 한쪽에 무게를 싣지는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명한 전 연방법원 판사 낸시 거트너는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실상 한 당이 연방대법원을 채우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수년간 이어지면 민주주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공화당 쪽 위원들은 종신제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느 당 소속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인사가 많이 포진하느냐에 따라 판결 성향이 뚜렷이 갈리면서 연방대법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도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총기 규제, 종교의 자유, 낙태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첨예해진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낙태 제한을 강화하는 미시시피주 법률을 둘러싼 연방대법원 심리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임신 22~24주 전에는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주도록 한 1973년 판례를 폐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연방대법원에 대한 신뢰를 해칠 것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한편 검토위원회는 현재 9명인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위원들 간 이견이 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법관 자리가 소수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특정 이념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쪽은 이를 진보 성향 대법관 수를 늘리려는 민주당의 술수라고 본다.
한국의 경우 대법관 임기는 6년으로 중임이 가능하다. 대법관이기도 한 대법원장이 먼저 한 차례 대법관을 한 뒤 중임하는 경우가 통상적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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