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초저출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라
대한민국 초저출산은 나라 존립을 위협하는 국가비상 상황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으로 OECD 기준 최저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18년 0.98명으로 1명대가 깨졌고, 2019년 0.92명으로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0.84명으로 사상 처음 0.8명대로 추락했다. 올해도 합계출산율이 지난해보다 감소하면서 최저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서울대학교 조영태 교수가 집필한 책 '인구 미래 공존'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합계출산율이 지속된다면, 2100년 인구가 1800만명으로 감소한다. 2600~2700년 쯤에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한국인이 태어나, 사망한다는 분석이다.
성(性)과 출산, 그리고 양육은 인간 행복의 근원이다. 세대를 이어 번성하는 것은 생물학적 의무이고 DNA에 각인된 생명체의 본성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인간 본성을 거스르며 연애‧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우린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하며 아기를 낳고 키웠다"며 젊은이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역설적이게도, 밀레니얼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아기를 '잘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여건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아기 갖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적·심리적·정서적으로 조건이 완벽해야 아기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될 때까지 출산을 뒤로 미룬다는 의미다.
젊은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취직이다. 여기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대학 졸업 일자리의 경우 매년 최대 40만 개가 나오지만, 대졸 취업준비생의 경우 매년 최대 60만 명이 배출된다. 준비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일자리는 그대로다. 취업대기자의 수가 누적되니, 취업하기는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런 효과를 '인구압박(population pressure)'이라고 한다.
선호하지 않는 일자리는 많이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놀지언정 자기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를 기피한다. 일자리 미스매치다. 이 때문에 사회적 진도가 늦어지고, 출산이 감소한다.
2020년대 가장 큰 불공정은 MZ세대에 대한 베이비붐세대의 압박이다. 5060세대의 기득권 앞에 미래세대는 미래가 없다. 자신의 이권과 이익이 우선이다.
선의를 가장한 규제와 민노총의 시위는 새롭고 괜찮은 일자리를 줄인다.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은 사라졌고, 선심성 정책으로 늘어나는 국가부채는 미래세대의 책임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미래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행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공적연금이다. 2020년 기획재정부의 국민연금 장기 재정전망은 2041년 연금 적자 전환이고, 2056년 기금 고갈이다. 현재 32세 청년이 66세가 되면 내줄 돈이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은 더 심각하다. 군인연금은 1977년부터, 공무원 연금은 2001년부터 재정이 바닥났다.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구조다.
기금이 고갈되면 세금으로 연금을 준다는 데, 세금은 누가 내는가. 혜택은 베이비붐세대가 보고 부담은 MZ세대가 진다.
인류역사상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가 없는 초저출산이 지속되고 있다. 청년들은 분노와 혁명 대신 저출산을 선택했다.
출산 파업은 생존을 위한 조용한 적응의 결과이다. 0명대 합계출산율은 상식적으로 나올 수 없는 숫자다. 전염병대유행, 전쟁, 기근 등 대재앙이 발생할 때나 가능하다. 스페인독감, 흑사병 당시 팬데믹이 있었나. 기후재해로 굶어죽는 사람이 많은가. 제3차세계대전이 일어났는가.
현재 출산율은 30년 후 미래이다. 저출산으로 대한민국이 붕괴되고 있다. 국가존립의 위기다. IMF사태, 625전쟁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비상사태다. 30년 뒤 비상사태가 이미 시작됐다.
초저출산 위기를 평범한 대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새로 뽑히는 대통령은 국민의 동의를 얻어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비상수단을 동원하여 돌봄·양육·교육 시스템 전체를 개선하고, 직장과 주거여건을 개선하며, 가정과 사회의 성평등 등 전반적 삶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 청년이 우선이다. '아기 있는 집이 행복', '행복한 엄마'가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아기는 가정의 행복. 아기를 키우는 기쁨. 자녀는 하나님의 축복.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CBS출산돌봄운동, 우리 모두가 적극 참여해야 할 이 시대의 소명이다. 대통령 후보는 응답하라.
우리는 60년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우리는 '금모으기'로 IMF사태를 극복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대한민국 역사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었지만, 우리는 해냈다. 생각을 바꾸면 상황도 바뀐다. 믿는 사람에게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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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병원장 서해현 의학박사 외과전문의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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