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관이 장교 성추행.."만졌어도 성적 의도 없었다"는 공군 검찰

박수지 2021. 12. 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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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여군 초급 장교가 남성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피해사실을 보고했지만 직속상관인 대대장이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공군 검찰은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들어 불기소 처분한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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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성폭력]군인권센터 기자회견
공군 여군 장교 성추행 고소하자
직속 상관 회유하고 군검찰은 불기소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10전투비행단 여군 장교 강제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여군 초급 장교가 남성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피해사실을 보고했지만 직속상관인 대대장이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공군 검찰은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들어 불기소 처분한 사실도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가 강제추행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협박과 회유를 일삼고, 공군본부 보통검찰부는 한쪽 말만 듣고 가해자들을 불기소 처분하는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공군 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소속 ㄱ상사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ㄴ장교의 피해 사실과 카카오톡 메시지, 전화 녹취록(파일) 등을 이날 공개했다.

군인권센터 설명을 종합하면, 가해자인 ㄱ상사는 지난 4월6일 같은 대대 소속 초급 장교인 ㄴ장교에게 장기복무를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지인을 소개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ㄴ장교의 팔 안쪽과 귀 등을 만지고 찔렀다. 이튿날엔 “괜찮으면 우리집으로 초대해서 편하게 잡아줬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를 마사지해주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성추행 혐의를 밝히고 적절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는 소속부대 대대장은 오히려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 ㄴ장교는 4월9일 군사경찰 대대장 ㄷ중령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하고 다음날 고소 의사를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ㄷ중령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네가 불리하다, 고소를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등 사건을 무마하려 협박, 회유, 은폐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군인권센터는 “ㄷ중령이 피해자가 고소 의사를 밝힌 이후 3개월간 수사를 뭉개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조처하지도 않고 심지어 전화로 ㄱ상사의 부대 잔류 동의를 종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ㄷ중령은 ㄱ상사의 전출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지난 7월8일 “내가 (근무)평정이고 뭐 다 깔아줄게”라고 회유한 정황도 있다.

결국 ㄴ장교는 7월12일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 ㄱ상사와 ㄷ중령을 각각 강제추행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ㄱ상사는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어깨와 등, 귀를 만진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공군 검찰은 ㄱ상사에 대해 ‘피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대법원 판례 등을 보면, 강제추행은 가해자의 성적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는지 여부가 핵심인데 이에 반하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공군 검찰은 ㄷ중령에 대해서도 ‘조사를 중단시키거나 신고를 방해할 목적으로 협박한 적이 없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군인권센터도 “성추행은 있었지만 가해자에게 성적 의도는 없었다는 해괴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는 현재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국방부는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가해자들을 기소하고 사건을 진행하는 한편, 불기소 논리가 공군본부 법무실에서 어느 선까지 보고되고 결재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즉시 직무감찰 후 관련자를 엄중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군은 “ㄱ 상사에 대한 수사 결과, ‘강제 추행’과 관련해 형사처벌 대상 행위로 보기 어려워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그 비위 사실이 인정되어 징계절차를 진행 중이다”며 “ㄷ중령의 경우 ‘사건 무마 협박’과 관련해 면밀히 수사하였으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 상부 미보고 등 일부 비위사실이 인정되어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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