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 '취업박람회'..코로나 시국 일자리 찾는 중년 남성들
8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서울교통회관. 이곳으로 중년 남성들이 속속 들어섰다. 이들은 상담 창구에서 이야기를 나눈 뒤 기념품인 우산과 수건을 받았다. 이날 서울교통회관에선 ‘2021 서울법인택시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이날부터 사흘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는 박람회는 법인택시 회사들이 모인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서울택시조합)이 주최했다. 서울시도 후원에 나섰다.
택시기사를 뽑기 위해 박람회까지 연 건 코로나 장기화로 택시 기사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이후 야간 택시를 찾는 시민들이 늘어났지만, 법인택시 기사 수는 지난 2019년 대비 1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1~9월 법인택시 가동률도 30%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택시조합이 꾸려진 후 대규모 취업 박람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현장은 대체로 한산했지만 드문드문 상담을 받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이들의 대부분은 코로나 상황에서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으려는 중년 남성들이었다. 검정 패딩을 입고 박람회장을 방문한 이모(51)씨는 “원래 다니던 회사가 코로나로 사정이 어려워지며 한달 전쯤 그만두게 됐다”며 “아들이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이라 빨리 일자리를 잡아야 해 박람회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자격증은 어제(7일) 미리 따뒀고, 거주지 인근 회사를 소개받아 바로 일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택시조합은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마다 상담원 2~3명을 배치했다. 서울시내 254개 법인택시 회사 가운데 절반 수준인 126개 회사가 박람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들이 개별적으로 박람회장에서 홍보를 진행하는 것은 금지됐다.
박람회 흥행을 위해 당근책도 내놨다. 박람회를 통해 신규 기사로 취업할 경우 회사에서 자격증 발급 비용 9만1500원을 지원하고, 취업 수당으로 1달에 20만원씩 3개월간 총 6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택시 기사일을 그만뒀다가 박람회를 통해 재취업한 기사들 역시 재취업 후 3개월 차부터 20만원씩 3개월간 총 60만원을 지급받는다.
이날 오전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2시간가량 박람회장을 찾은 시민들은 20여명 정도였다. 상담을 하고 서류를 작성한 17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8명이 택시기사에 처음 도전하는 ‘신입’이었다. 3년 전까지 회사 차량 운전기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는 조승준(64)씨는 “정년퇴직을 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여의치 않았다”며 “박람회가 열린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작년까지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A(50)씨는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유흥업은 직격탄을 맞았다”며 “복직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택시 운행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장을 관리하던 송임봉 서울택시조합 전무는 “코로나 확산으로 신규 기사가 1명도 찾아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상담을 받으려는 이들이 찾아와 다행”이라며 “사흘간 200~300명만 새로 채용해도 성공이라고 본다”고 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법인회사들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강북구의 한 법인택시회사 사장 김동완(66)씨는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130명씩 일하던 회사에 지금은 50~60명만 남아있다”며 “박람회를 통해 단 1~2명이라도 채용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일부 기사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4월까지 택시 기사로 일하다가 그만둔 뒤 다시 일을 하기 위해 박람회를 찾았다는 권영문(62)씨는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 외에 근로 조건이나 복지 내용이 전에 다니던 회사와 대동소이해서 설명만 듣고 말았다”고 했다. 22년 경력의 택시기사 이수호(60)씨 역시 “지난 3월 코로나로 손님이 뚝 끊기자 월급 통장에 46만원이 찍혔다”며 “일정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준다는 등의 충분한 혜택 없이 (취업 수당) 60만원만 바라보고 돌아올 기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충석 서울택시조합 이사장은 “회사들이 나서서 지원금을 지급하듯, 서울시 등 책임 기관들도 홍보에 더해 취업 수당을 주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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