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스포츠의 오늘을 향해 온 발자취, 내일을 향한 발걸음
1. 대학스포츠의 운영 현황
(1) 대학스포츠 정책의 방향성
대학스포츠는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의 초석이자 주역으로 오랜 기간 역할을 해왔다. 대학스포츠는 초·중·고 학교스포츠의 최정점에서 스포츠계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으며, 대학 교육을 통해 지·덕·체를 고루 갖춘 전인적 스포츠인재를 양성한다. 대학스포츠 정책은 학교스포츠 정책과 맥락을 함께 하며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 대학스포츠가 학교스포츠 체계상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방향타 역할을 한다. 대학스포츠의 중요성은 바로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대학운동부는 엘리트스포츠의 기반이자 생산자로서 우리나라 스포츠생태계의 핵심 축이었다. 국가 스포츠 정책에 따라 학교스포츠 정책 기조가 엘리트스포츠선수 육성이던 시대에 대학들은 대학운동부를 운영하며 엘리트스포츠선수를 키워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대학운동부가 길러낸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렇게 대학스포츠가 스포츠인재를 키워내는 요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체육특기자 제도의 도움이 컸다. 우수한 경기실적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한 체육특기자 제도는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 특히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 염원과 맞물려 체육에 재능이 있는 학생이 대학운동부를 경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대학스포츠는 엘리트스포츠의 본류였고, 그 중심에는 체육특기자 제도가 있었다.
(2) 대학스포츠의 변화와 위기
대학스포츠는 위기를 맞이했다. 대학스포츠의 본체인 대학이 어려운 탓도 있었겠지만, 대학스포츠의 기본 축인 대학운동부의 대학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한 탓이 더 컸다. 대학스포츠 인기는 프로스포츠 출범과 함께 이내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대학스포츠는 대중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며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프로스포츠가 흥행하며 우수선수들이 대학 진학 대신 프로스포츠 진출을 택하기 시작했다. 대학운동부의 위상도 크게 약화된 것이다.
대학스포츠의 침체기가 시작되던 그때, 대학은 구조조정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이했고, 대학은 운동부에 대한 지원을 점점 축소하면서 대학운동부 해체 움직임이 가속화되었다. 특히 대학운동부를 지탱했던 체육특기자 제도는 스카우트 비리 등 각종 입시비리로 얼룩지면서 위기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되었다. 대학스포츠는 대내외적 기반이 흔들리며 전반적인 위기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3) 대학스포츠의 바른길을 향한 동행, KUSF 설립
대학스포츠가 위상은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스포츠생태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런 대학스포츠의 위기 상황에서 대학스포츠의 체계적인 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010년 대학스포츠의 정상화, 활성화, 선진화를 기치로 대학스포츠를 전담하는 기구로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이하 KUSF/Korea University Sport Federation)가 설립되었다. KUSF는 대학스포츠의 교육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체육특기자 입시 제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위한 각종 제도 도입과 시행, 학사관리 지원, 대학운동부의 평가 및 지원을 통한 안정적인 운영과 체질 개선을 통해 체계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였다.
2. 대학스포츠의 정상화를 위해 걸어온 길!
(1) 학생선수 선발 정상화를 위한 노력
대학운동부 변화의 핵심가치는 학생선수의 공정한 선발과 학습권 보장이었다. 대학 입시가 고교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대학의 체육특기자 입시 정책도 고교 학생선수들의 학교생활 방향성에 영향을 미친다.
대학의 체육특기자 입시 제도가 학생이 아닌 선수 선발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면서 대학에서 요구하는 경기실적을 충족해나가는 과정에서 담합이나 승부조작 등의 부정, 대학 진학을 미끼로 한 브로커의 등장, 끼워 넣기와 금전스카우트 등의 악습과 함께 대학운동부의 학생선수 선발 과정이 대학 입시비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얼룩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KUSF는 체육특기자 입시비리를 차단하고,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체육특기자를 학생이 아닌 철저히 선수의 관점으로 보고 행해졌던 스카우트로 인한 체육특기자 입시비리의 근절 의지를 담아 체육특기자 금전스카우트 근절 서약을 하고, 체육특기자 지원서 1인 1매 발급 관행을 폐지하기 위해 각 대학 총장의 중지를 모아 체육특기자 지원서를 대학 입시 서류로 활용하지 않기로 결의 (대학스포츠 정상화 5대 핵심과제 발표, 2012.5.21.)하였다. 마침내 체육특기자도 공정한 기회를 활용하여 소신껏 여러 대학에 지원서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체육특기자 대입 전형에 학교생활기록부 반영을 의무화하도록 하면서 고교 학생선수가 오로지 운동만으로 스카우트되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식이 사라지게 되었다.
(2) 학생선수 학사관리 정상화
학생선수의 학습권은 학생으로서 보장되어야 할 중요한 권리임에도 소외되어왔다. KUSF는 학습권 보장을 위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학스포츠 U-리그를 도입(농구, 배구, 야구, 축구, 아이스하키 등)하고 학기 중에는 리그 이외의 미승인 대회 참가를 제한하였다. U-리그 최저학력 제도로 C0 규정을 도입하여 직전 2개 학기의 학점 평균이 C0 미만일 경우 출전을 금지하였다. 2017학년도 1학기, 도입 첫 학기에 7.1%였던 출전 불가 학생선수 비율이 4년 후인 2020학년도 2학기에는 0.98%까지 떨어졌으며, 학생선수의 수업 참여도와 학업성취도 제고에 도움을 주는 제도로서 자리 잡았다.
또한 학생선수들의 학업능력 향상과 학교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는 학사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서로의 튜터-튜티가 되어 교류하는 튜터링을 기본으로 하는 ‘KUSF 학생선수 두드림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2018년부터 시범 운영을 통한 모델 개발 후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되어 현재 12개 대학이 운영하고 있다.
(3) 대학운동부 지원
대학스포츠의 위기는 대학운동부의 위기로부터 시작한다. 대학운동부의 위기는 그 자체의 위기로서 진지하게 다뤄야 할 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다뤄져야 한다. 대학운동부의 해체는 곧 대학을 목표로 하는 초·중·고 학생선수들의 진학문제로 이어지게 되며, 엘리트스포츠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학스포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운동부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KUSF는 2015년부터 대학운동부 평가 및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다. 대학운동부 학생선수를 위해 훈련비, 훈련용품비, 출전비를 지원함과 동시에 대학운동부 운영 평가를 통해 대학운동부가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대학운동부 지원금 규모가 2015년 40억 원으로 시작해 2021년 77억 원까지 늘어나면서 2015년 74개 대학, 339개 운동부, 학생선수 4,827명이었던 지원금 수혜 대상 규모도 2021년 111개 대학, 469개 운동부, 학생선수 8,123명으로 늘었고, 매년 증가 추세다. 이는 대학의 대학운동부 운영에 대한 재정 부담 완화와 체계적인 운영, 대학운동부의 신규 창단과 운동부 문화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3. 대학스포츠가 가야할 길!
(1) 체육특기자 입시 제도 패러다임의 전환 – 선수 선발에서 학생 선발로!
체육특기자 입시 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변화가 되었으나,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스포츠혁신위원회도 체육특기자 입시 제도의 개선을 권고하며, 체육특기자 대입 전형의 종목별 경기력 평가를 위한 객관적 지표 개발과 체육특기자 대입 전형 요소별 반영비율 지침 제정을 권고했다.
체육특기자 대입 전형은 여전히 경기실적이 당락을 결정짓는다. 체육특기자 입시 제도가 우수한 경기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이긴 하나,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우선순위는 학생 선발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이 중요하다.
현재 체육특기자 대입 전형 기본사항에 학교생활기록부(교과성적, 출결) 반영을 의무화하였으나 그 반영비율은 대학의 자율로 되어 있어 실질적인 반영비율이 낮다. KUSF는 연구와 논의를 거쳐 체육특기자 학습권을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서 학교생활기록부(교과성적, 출결) 실질 반영비율을 높이는(30% 이상) 기준(안)을 도출했다. 앞으로 대학이 이 기준을 적용하게 될 경우 체육특기자 학습권을 위한 입시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체육특기자 대입 과정에서 주로 단체종목의 경우 팀의 입상실적 중심의 평가로 개개인이 갖춘 경기력에 대한 역량 평가가 불가능함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체육특기자 대입 활용을 위한 종목별(축구, 야구, 배구, 농구) 경기력 평가 지표 개발 연구도 현재 진행 중이다.
(2) 대학운동부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평가 개선! 지원 확대!
대학운동부 지원금은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존재지만, 대학운동부가 탄탄히 운영되기 위해 지원은 더 확대 되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 재정악화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스포츠가 지닌 교육적 가치를 올바로 세우고 체육특기자 제도, 학사관리 등의 각종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대학운동부에 대한 지원은 늘어나야 한다. 2020년 대학운동부 운영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운동부 운영 대학은 158개로 지원을 받지 않는 대학은 42개, 운동부는 81개였다. 여전히 대학운동부를 운영하는 많은 대학들이 체계적인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
대학운동부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한 지침 역할을 하는 대학운동부 평가지표는 개발 당시 대학운동부의 가치와 역할을 반영하여 설계되었고, 매년 대학스포츠 관련 정부 정책에 따른 요구사항을 반영하며 조금씩 수정되어왔다. 대학 단위로 5개 영역, 21개 지표, 64개 세부지표를 통해 평가하며, 대학운동부가 체육특기자 입시비리나 폭력, 성폭력 등 각종 부정행위에 연루될 경우 지원에서 제외한다. 대학운동부의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대학운동부의 가치와 역할도 달라지고, 대학운동부 운영 형태가 다양화되는 등 대학운동부의 변화하는 운영 환경을 고려하여 평가지표도 지속적인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3) 학생선수의 즐거운 대학생활 지원 – 대학생선수로!
대학이 체육특기자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실질 반영비율을 높게 적용하게 되면 일정 수준의 수학능력을 갖춘 학생선수가 대학에 진학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습권 보장 필요성에 대한 인식, 학습권 보장을 위한 환경을 계속 정비해나가며, 학생선수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선수들의 학업능력 향상과 학교생활 적응 및 진로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현재 12개 대학에서 운영 중인 학사지원 프로그램을 116개 KUSF 회원 대학 전체로 확대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대학운동부 문화 개선을 위한 조치에 대한 권고> 결정문에서 학생선수들의 운동부외의 삶과 대학생으로 누려야 하는 학습과 교우관계 등을 위해 학생선수와 일반학생 간의 교류를 제도적 으로 강화할 필요를 언급하며 이 프로그램의 확대 시행을 권고한 바 있다.
(4) 대학생의 스포츠로 거듭나기
대학스포츠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대학생 모두의 스포츠로 거듭나야 한다. 스포츠정책이 모두를 위한 스포츠로 전환되고 있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발맞추어 대학생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대학스포츠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운동부로 대변되던 엘리트스포츠와 클럽스포츠가 함께하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KUSF는 이미 “What’s your sports?”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지향점을 찾고 있다. 이 캠페인은 대학스포츠 1대학생 1스포츠 전략으로 대학운동부의 학생선수, 스포츠동호회 학생들, 스포츠를 관람하며 참여하는 대학생들 모두에게 “너의 스포츠는 뭐니?”라고 묻는다.
KUSF가 추진하고 있는 클럽챔피언십대회는 일반 대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무대를 제공함으로써 스포츠로 함께하는 대학스포츠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전국 최강 대학 클럽팀을 가리는 대학스포츠 종합대회인 ‘KUSF 클럽챔피언십대회’는 농구, 배구, 야구, 축구 등의 종목에 전국 대학 478개 팀 8,504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하며(2019년 기준) 대학생의 스포츠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대학 내 일반학생들의 스포츠 참여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환경 제공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KUSF 클럽챔피언십대회의 열기에 계속 불을 지펴 더 많은 대학생들이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대학스포츠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초석이다. 대학스포츠의 교육적 가치 달성을 이루어 대학스포츠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건전한 대학스포츠 환경 조성을 통해 전인적 스포츠인재를 양성해 나갈 수 있도록 꾸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 그리고 각 대학의 노력과 정진은 계속되어야 한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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