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번을 지워?" 잠자던 16세 연하 남친 34번 찔러 숨지게 한 여성..눈물로 선처 호소

1심 무기징역 선고
검찰, 항소심 결심공판서 피고 항소 기각 요청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의 연락처를 휴대전화에서 지웠다는 엽기적인 이유로 잠자고 있던 남자친구에 34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여성이 항소심에서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이 여성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8)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이날 진행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단순히 자신의 휴대폰 번호가 지워져 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면 엽기적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주소록에서 자신의 연락처가 삭제됐다는 것은 사건의 단초였을 뿐, 그것만으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유족 측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추후 변론 요지서로 전달하겠다”라면서 “피고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한다”며 A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A씨도 최후진술에서 연신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지난 6월6일 오전 11시45분쯤 전주시 우아동의 한 원룸에서 남자친구였던 B(22)씨의 가슴과 목 등을 흉기로 34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전날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B씨의 거주지를 찾아갔다. B씨는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었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던 중 B씨가 자신의 연락처를 지운 정황을 파악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집안에 있던 흉기로 자고 있던 B씨를 34번이나 찔렀다. 

특히 A씨는 피 묻은 흉기가 자신의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지로 흉기 손잡이를 감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경찰은 A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 휴대전화에 내 번호가 지워져 있어 화가 나 그랬다”고 진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 B씨는 잠을 자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고 지적하며 “주소록에 피고인 이름이 저장돼 있지 않아 살해했다는 범행 동기는 엽기적이며, 납득도 되지 않는다”라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고,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A씨의 항소를 기각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재판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