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방화' 전 애인 등 2명 숨지게 한 20대, 항소심 첫 재판.."불붙인 적 없다"

기사내용 요약
재판부 "몸에 휘발유 뿌리는데 피해자들 가만히 있었다는 피고 주장 설득력 낮아"
재판부, 불붙인 사람 등 범행 당시 구체적인 상황 확인해야
라이터에서 발견된 '여성 DNA' 검찰에 식별 확인 요구하기도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원룸에 불을 질러 전 여자친구와 같이 있던 다른 남성 등 2명을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이 시작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백승엽)는 8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과 A씨 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 각각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저지른 범행 결과 원심 형량이 너무 낮다고 판단했고 피고인 측은 방화에 대한 고의가 없었고 휘발유에 불을 붙인 적이 없으며 형량이 무겁다고 각각 항소를 제기했다.

이날 A씨는 앞서 제출한 항소이유서에서 주장했던 심신장애에 대해 철회 의사를 밝혔다.

A씨가 원룸 전까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피해자가 불을 붙였다고 주장하자 방청석에서는 A씨에 대한 욕설이 들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상식적으로 휘발유를 몸에 뿌리는데 피해자들이 가만히 앉아있거나 서 있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라며 “사망한 남성은 체격이 크고 문신도 있는 등 A씨가 휘발유를 뿌릴 때 왜 가만히 있었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피해자들이 왜 그렇게 가만히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특히 재판부는 계단에서 발견된 라이터에 대해 A씨 DNA뿐 아니라 성명 불상 여성의 DNA도 함께 검출돼 해당 DNA가 피해 여성의 것인지 제3자의 것인지 검찰에 식별 확인을 요구했다.

또 누가 불을 붙였는지, 물건에 불이 붙었는데 어떻게 피해자들이 전신에 화상을 입었는지 등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9일 오후 3시 20분 범행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CCTV 등 영상 및 사진을 보며 다음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A씨는 지난 2월 10일 오전 7시 43분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원룸에 들어가 휘발유를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질러 전 여자친구인 B씨와 같이 있던 남성 C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화재로 이들과 함께 있던 다른 남성은 화상을 입기도 했다.

범행 직전 편의점에 들러 생수 8개와 라이터를 구매한 A씨는 편의점 인근 주유소에서 생수를 버린 뒤 휘발유 11ℓ를 구매,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휘발유를 뿌렸지만 방화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상대적으로 불이 더 잘 붙는 휘발유와 덜 붙는 경유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검색한 점과 라이터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된 점 등을 토대로 원룸에 방화 의도가 있었으며 불을 붙인 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법정 이르기까지 변명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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