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논란 美통화감독청장 지명자 자진 사퇴
공화당·월가 비판에 "더이상 후보 지속 힘들어"
공화당, 인준 청문회서 공산주의자 의혹 제기 등 맹공
민주당 내부서도 일부 반대..인준 불투명에 자진 낙마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BC 등에 따르면 오마로바 교수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은행 시스템을 감독하는 OCC 청장 후보로 지명된 것은 큰 영광이자 특권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후보로 남아 있을 수 없다”며 스스로 청장 후보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사퇴 표명은 미 공화당이 그의 성장 배경과 이념 등을 문제 삼은 데 따른 결정이라고 CNBC는 설명했다.
OCC는 은행과 저축은행 등을 감독하는 재무부 산하 독립기구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함께 미국 은행감독 틀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달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진행한 인준 청문회에서 오마로바 교수가 어린 시절 옛 소련 소속 국가 출신으로 유년시절 레닌 공산주의 청년연합에 소속돼 활동한 사실을 지적하며 공산주의자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칼 마르크스에 대한 오마로바 교수의 학부 논문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 오마로바 교수가 평소 대형 투자은행(IB)과 암호화폐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당신을 교수라고 불러야 할 지 ‘동지(comrade)’라고 불러야 할 지 잘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펫 투미 상원의원도 “나는 그가 급진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그는 사회주의자로 묘사되기도 한다”고 거들었다.
투미 의원은 이날도 성명을 내고 “미국 금융 시스템이 부적절하다는 오마로바 교수의 견해에 반대하는 양당 합의가 있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경제에 대한 주류 견해를 가진 후보를 선출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오마로바 교수는 1991년 미국으로 이민 온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코넬대 법학교수로 재직했으며 2005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인준 청문회 이후 이념논쟁, 인종차별 논란에도 백악관은 오마로바 교수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 온건파인 마크 워너, 존 테스터 상원의원를 비롯해 5명의 의원이 오마로바 교수가 은행에 대한 일부 규제 제한을 해제한 법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제동이 걸렸다. 미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0석씩 나눠 갖고 있어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이라도 그를 지지하지 않을 경우 인준안은 통과될 수 없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마로바 교수의 사퇴를 수락하기로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오마로바 교수를 OCC 청장으로 지명했던 것은 그가 금융 규제에 깊은 전문 지식을 갖고 있고, 민간·공공 부문 및 해당 분야의 선도적 학자로서 오랫동안 존경받는 경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울은 지명 초기부터 도를 넘어선 부적절한 인신공격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로마 교수를 지명할 당시 그가 OCC를 이끄는 첫 여성이자 유색인종 출신 수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오마로바 교수의 확실한 전문성과 초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이해관계가 그의 견해와 글을 왜곡했다”며 “그들(공화당 의원들)은 적색 공포 매카시즘을 연상시키는 끊임없는 비방 캠페인을 통해 그의 가족과 유산, 미국적 이상에 대한 헌신을 수치스럽게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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