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해운대 장산 '레이더' 설치 갈등..경찰, 반대 주민 연행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주민들이 분노했다.
이 마을에 경찰 13개 중대, 1,000명가량의 경찰이 모였다.
마을 주민은 기껏해야 30명 남짓이었다.
레이더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산길을 올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주민들이 분노했다. 대응은 빨랐다. 항의하면 잡아 가뒀다. 4명은 사지가 붙들린 채로 잡혀갔다. 경찰의 '작전'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이 작전이 벌어진 곳은 어제 부산 해운대구,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해운대 장산 중턱의 작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경찰 13개 중대, 1,000명가량의 경찰이 모였다. 마을 주민은 기껏해야 30명 남짓이었다.
공군은 해운대구 장산 꼭대기에 레이더를 옮기겠다고 했다. 앉은 자리에서 900km를 내다볼 수 있는 고성능 군사용 레이더였다.
레이더를 싣고 가야 하는 외길은 마을을 관통한다. 즉 마을을 지나야만 레이더를 옮길 수 있다. 걸림돌은 주민이었다.
주민들은 전자파가 걱정된다고 했고, 전시 타격 목표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산 아래 마을 주민들도 달려와 함께 항의했다.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길을 막고 항의했다. 돌아온 건 법 집행이었다.
구호를 외친 건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고, 작은 임도를 막은 건 '교통 방해'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새벽에 밀고 들어와 놓고 항의하니 "집회 신고했냐"고 물었다.
"집회 신고할 시간은 줬던가?" 주민은 되물었다.
사람들이 자기네 굴삭기 위에 올라가자 이번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까지 들고 왔다.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첫 머리에 규정하고 있는 그 법 말이다.
이 법을 제시하는 경찰 지휘관, "위험해 보인다"며, "안전하게 해주겠다"며 사람들을 힘으로 끌어내렸다.
"너희들 때문에 지금 위험하다."
외침은 공권력에 묻혔다. 레이더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산길을 올랐다. 그런데 정작 큰 걸림돌은 '마을' 주민이 아니었다. 마을이었다.
좁은 마을 길이, 담장을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나랏일'을 막았다. 30m에 달하는 특수 트레일러가 지나기에는 모든 게 걸림돌이었다.
굴삭기로 마을 배수로를 덮어버리고, 걸리적거리는 나뭇가지는 전기톱으로 잘라냈다.
"왜 우리 집 나무를 자르냐"는 항의도 묻혔다. 공군은 "국가안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작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경찰은 연행한 시민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정민규 기자 (hi@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올가을 역대 최고 기온 변동’…그럼 겨울은?
- 보행자, 차량 2대에 잇따라 치여 숨져…운전자 처벌은?
- 청년 절반 “코로나19로 진로 바꾸게 됐다”
- [영상] 사람처럼 놀라고 미소 짓고…영국에서 사람 닮은 로봇 ‘아메카’ 등장
- 파우치 “오미크론 ‘거의 확실히’ 델타 변이보다 덜 심각”
- [특파원 리포트] UAE ‘주 4.5일’ 근무 최초 도입…금토→토일 주말 바꾼 속사정은?
- ‘공연한다’더니…예식장 빌려 ‘팬 미팅 송년회’ 논란
- 제주엔 전기가 넘친다? 에너지 전환의 복병 ‘출력제어’
- 경찰관 형사 면책에 ‘면죄부’ 우려…핵심 쟁점 3가지
- 망명 중인 스페인 前 국왕, “전 연인 위협에 정보기관 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