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베트남 어린이 후원한 '키다리 소방관'.."직접 선물 전해주고 싶다"
[경향신문]
“곧 중학생이 되는 린 투이 트란에게 학용품을 한보따리 들고가 선물할 수 있도록 어서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랍니다.”
경기 용인소방서 소속 김승범 소방장(34)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하루 속히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후원하는 베트남 어린이 린 투이 트란(11)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다.
김 소방장이 린 투이 트란을 후원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소방관 시험에 합격한 2014년부터다. 김 소방장은 소방학교에 입교하면서 뜻깊은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고, 마침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의 해외아동 1 대 1 결연 사업을 접하게 됐다. 그가 후원하게 된 린 투이 트란은 당시 만 4세의 어린이로 베트남 시골마을에서 아버지 없이 어머니, 조부모와 함께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김 소방장은 매달 정기적으로 급여의 일부를 후원금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후원을 받게된 어린이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감사 편지를 여러 차례 전해왔다. 김 소방장은 사무실 책상에 린 투이 뜨란이 보내온 사진을 액자에 담아 소중히 올려놓았다.
의미있는 일이지만 다소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 해외 아동 후원에 머물렀던 김 소방장의 선행이 베트남 방문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린 투이 트란이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학용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면서다. 후원을 시작한 지 3년째였던 2017년 9월 김 소방장은 여름 휴가를 내고, 사비로 책가방과 스케치북 등 각종 학용품을 사서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다. 후원 아동과 제대로 대화하고 싶어 굿네이버스를 통해 현지 통역도 대동했다.
린 투이 트란을 처음 만난 김 소방장은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사진에서 보아온 모습과 달리 영양부족 탓에 야위고, 허름한 옷을 입은데다 군데군데 피부병까지 앓고 있는 후원 아동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김 소방장은 “(린 투이 트란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후원을 이어나가야겠다는 결심이 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소방장은 한국에서 사간 학용품을 선물하고, 린 투이 트란의 가족과 식사를 하며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김 소방장은 “처음엔 매달 후원금을 보내는 정도로 후원을 시작했지만 차츰 성장하고 변화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면서 베트남까지 직접 다녀오게 됐다”며 “나눔이란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면서 오히려 나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마법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서 해외 방문이 가능하게 되어서 얼마후면 중학생이 될 린 투이 트란에게 선물을 한보따리 들고가 직접 전해주고 싶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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