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四色] "보이콧 베이징"

2021. 12. 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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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도쿄올림픽이 일본의 재탄생에, 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국의 민주주의 전환에 획기적 이정표가 됐듯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의 자유를 신장해줄 것이다."

2001년 7월 13일 중국 베이징은 두 번째 도전 만에 도쿄, 서울에 이어 아시아 세 번째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7일 중국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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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도쿄올림픽이 일본의 재탄생에, 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국의 민주주의 전환에 획기적 이정표가 됐듯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의 자유를 신장해줄 것이다.”

2001년 7월 13일 중국 베이징은 두 번째 도전 만에 도쿄, 서울에 이어 아시아 세 번째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이튿날 미국 일간지 LA타임스는 사설을 내고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좋은 선례를 따를 수 있다”고 했다. ‘전망’처럼 썼지만 ‘압박’에 가까웠다. 국제사회가 중국 정부에 부여한 인권 보장 책무를 이행하라는 촉구였다. 중국은 인권 개선 약속을 공언하고서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올림픽 유산’은 없었다. 중국의 인권 상황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티베트자치구와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 반체제 인사 감금과 고문, 보도 검열, 인터넷 규제 등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2008년 올림픽 개최 무렵까지 이어졌다. 국제앰네스티가 중국 인권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미국 의회는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은 꿈쩍하지 않았다. 화려한 비단천으로 허물을 감추듯 중국은 휘황찬란한 올림픽으로 인권 문제를 덮어버렸다.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은 “중국과 세계 인민의 상호 이해와 우의를 더욱 깊게 한 성공적인 올림픽”이라고 자평했다.

중국이 첫 올림픽을 유치한 지 20년이 지났다. 과연 중국과 국제사회 간 상호 이해는 더욱 깊어졌을까.

역사는 반복되고 상황은 더 나빠졌다. 두 번째 올림픽 개최를 50여일 앞둔 중국은 더 큰 암초를 맞닥뜨렸다. “보이콧 베이징”이 현실화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7일 중국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했다. 올림픽 정신을 존중해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폐회식엔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 미국 동맹국도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신장 자치구에서 이슬람교도인 위구르족을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하기 위해 사실상 수용소를 가동하며 종족 말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홍콩 민주화시위에 대한 대대적 탄압, 중국 내 반체제 인사 사찰 등 중국 인권 문제는 개선되기는커녕 퇴보하고 있다. 한 달 전 테니스 여자복식 전 세계랭킹 1위 펑솨이의 ‘미투’ 폭로는 트리거가 됐다. 펑솨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가오리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가 SNS 계정이 삭제되고 행방이 묘연해져 한때 ‘실종설’이 돌기도 했다. 스포츠 역사학자인 쉬궈치 홍콩대 교수는 “2008년 중국은 세계 여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쓴 반면, 지금의 중국은 다른 국가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 의도대로 행동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가을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주석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서방 세계의 보이콧이 이어진다면 ‘반쪽 올림픽’의 낙인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베이징올림픽의 슬로건은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다. 인권과 정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질문에 중국 정부가 전향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세계와 중국이 ‘함께하는 미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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