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인체라는 소우주를 바로잡는 한의사

한겨레 2021. 12. 8. 11: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의사는 여러 동양의학의 범위 내에서도 한국을 기반으로 한 고유의 의학, 한의학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다. 인체를 하나의 소우주로 여기는 한의학으로 사람을 고치는 방법, 한의사가 되기 위한 진출 과정을 정리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의사 국가시험 합격은 필수, 암기력이 기본 돼야

한의사가 되려면 경희대, 대전대, 동국대, 원광대 등 대학교 한의학과에 입학해서 6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해 한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 한의사 국가시험에서는 내과학, 침구학, 보건의약관계법규, 외과학, 한방생리학, 본초학 등 총 11개의 과목으로 응시자의 합격을 가린다.

타 학문에 비해 공부량이 방대한 만큼 암기력이 좋은 사람에게 더 유리한 직업이다. 또한 본인이 한의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환자에게 그 치료의 감동을 공유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법, 한의학

한의학은 한국인의 기질에 맞춰 수천 년 동안 테스트하고 연구와 개발을 거친 의술이므로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한의학으로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따라가 보자.

맥진 검사

사진 손홍주

한의사는 환자의 ‘맥’을 짚어 검진을 시작한다. 폐와 연결된 코의 숨길에 염증이 생겨 숨을 쉬기 힘든 비염 환자를 예로 들면, 외부 환경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호흡기 면역력을 살펴보기 위해 어떤 맥이 무너졌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비염의 경우 폐와 심장, 코와 관련한 맥의 상태를 집중적으로 짚어본다.

체열 및 내시경 검사

사진 손홍주

다음은 얼굴과 몸의 혈액 순환 상태를 검사한다. 몸이 얼마나 순환이 잘되는지를 열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염은 알레르기성과 축농증 등 여러 원인으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중 알레르기성 비염은 코 주변이 붉지 않고 차갑게 나타난다. 체열 검사 이외에도 내시경으로 코의 점막 상태, 물혹 여부 등을 살피며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 계획을 세운다.

치료 및 피드백

사진 손홍주

치료 계획은 크게 3차로 나뉜다. 첫 번째는 맥에 맞는 한약을 처방한다. 한 사람을 위한 한약에도 20여 개의 한약재를 처방한다. 두 번째는 내시경으로 콧속의 점막을 치료하거나 약침을 놓는 등 수술 없이도 숨길을 열어주는 치료를 병행한다. 마지막으로는 추나치료 등으로 경추가 바로 서도록 돕고, 입이 아닌 코로 호흡하는 습관을 알려주며 비염의 재발을 막는다.

■ 한의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이비안한의원 민예은 원장. 사진 손홍주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한의학으로 치료합니다”

이비안한의원 민예은 한의사

‘구안와사’는 얼굴에 마비가 생겨 일그러지는 질환으로, 숨기기 어려운 질병이라 환자들의 사회성을 낮추고 일상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민예은 한의사는 이러한 난치성 안면 질환을 현대한의학으로 치료하고 있다. 환자에게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아주고 현대한의학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연구를 거듭하는 ‘이비안한의원’의 민예은 원장에게 한의사의 사명과 한의학의 미래를 물었다.

Q. 원장님은 ‘대한민국 한의학 명의 100인’으로 선정되셨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한의학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시라고요?

한의사라는 직업이 장점이 참 많아요. 고수익에 ‘워라밸’도 좋고, 특히 나이가 들어 연륜이 쌓일수록 환자들의 신뢰를 얻어 직업의 안정성도 높은 편이죠. 사실 아버지가 한의사였던 덕에 한의사의 업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활동적인 제 성격에 맞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심한 두통을 앓다 아버지가 놔준 침으로 치료 효과를 봤어요. 대학 신입생이 됐을 땐 계단도 오르지 못할 만큼 심한 하지무력증이 찾아왔지만, 아버지가 아주 간단한 처방으로 낫게 해주셨죠. 본능적으로 ‘나 이제 살았구나’ 싶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런 치료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수능을 보고 한의대를 진학했답니다. 그 후 10년 동안 대학원 공부와 명의를 찾아가 전수를 받는 등 임상 공부에 매진했죠.

Q. 구안와사처럼 얼굴에 일어나는 난치성 질환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진료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여러 침법을 배울 때 ‘매선침(바늘에 약실을 넣어 치료를 원하는 부위에 넣는 것. 약실은 몸에 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녹는다)’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어요. 처음에는 미용 목적으로 매선침 시술을 해왔죠.

어느 날 구안와사로 얼굴에 후유증이 남은 환자분이 찾아오셨어요. 시술이 성공하니, 정말 기뻐하시더라고요. 그때 한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고, 구안와사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다시 웃음을 찾게 만드는 의술을 펼쳐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죠.

Q. 난치성 질환들은 일반 진료와는 진료 기간부터 과정까지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아요.

구안와사뿐만 아니라 비염, 이명, 난청 등은 보통 ‘내 몸’이 무너져서 생긴 병이에요. 과로가 누적되고 스트레스를 받아 몸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비염이나 이명, 난청 등으로 병이 드러나는 거죠. 난치성 질환은 치료 자체도 아프고 어렵지만, 환자를 이끌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요. 완치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도 걸리거든요. 저는 의료인도 환자와 같은 레이서(Racer, 경주자)라고 생각해요. 치료를 포기하고 싶어 하는 환자는 독려하고 가끔은 따끔한 충고도 하면서 완치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Q. 아직도 한의학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요, 현대한의학적인 진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결과입니다! 좋은 결과를 보이려면 소통이 먼저 잘돼야 해요. 우리는 환자와의 소통 속에서 정보를 얻어요. 환자에게 정확한 증상과 정보를 얻어야 제대로 된 치료 계획도 세울 수 있고요.

경과 상담을 할 때는 최대한 객관적인 수치와 지표로 치료 효과를 보여주려고 해요. 현대인에게는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료해야 하니까요. 그 덕에 증례보고 논문(특정 질환에 대한 새로운 검사법, 치료법의 성공적 사례, 희귀 질환에 대한 학회 보고 등을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도 발표하고 있고요.

병원에 오는 환자는 그 한 사람이 이미 ‘하나의 세상’이에요. 환자를 치료하고, 그의 일상이 회복되면 주위 가족과 주변인들의 세상도 이로워지죠. 현대한의학으로 세상을 이롭게 만들도록 우리 한의사들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게티이미지뱅크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