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직업 찾기] 책과 1mm라도 가까워지게 만들다, 독서 플랫폼 도서 콘텐츠 기획자

한겨레 2021. 12. 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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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값으로 10만 권의 책과 무제한 친해질 수 있는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는 독서에 푹 빠지도록 끌어들이는 달콤한 콘텐츠들이 있다. '밀리의 서재'에 꿀을 바르는 이들, 도서 콘텐츠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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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넘기는 것도, 목차를 훑는 것도 독서다  Q.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소개해주세요.

박혜주(이하 박)_10만 권의 책을 언제, 어디서든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어요. 일반적인 전자책 말고도 성우가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이나 대화 형식으로 채팅을 하듯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는 챗북, 조남주, 아멜리 노통브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오리지널 신작을 종이책으로 배송해주는 ‘밀리 오리지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해 여러 방법으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죠. 또 내가 고른 책을 먼저 읽어둔 다른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도 제공해요.

유서진(이하 유)_‘밀리의 서재’ 광고에서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죠? 그 말처럼 우리는 독서 장벽을 낮추고 책과 1㎜라도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고 있어요.

Q. 요즘 여러 독서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어요. 독서 플랫폼이 수만 권의 책 콘텐츠를 구축할 수 있는 비법이 뭘까요?

박_출판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출판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출판사가 정성 들여 만든 책을 꼭 서점이나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많은 독자가 즐기면 좋겠죠. ‘밀리의 서재’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약 1200곳의 출판사와 계약을 했어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거고요.

유_그만큼 독자층의 폭도 넓어지겠죠. 책을 자주 읽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서점을 이미 잘 찾아가지만, 평소 책에 큰 관심이 없으면 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죠. 그런데 온라인 독서 플랫폼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스마트폰으로 책을 한 줄이라도 읽을 수 있으니 구독률을 높일 수 있죠.

Q. 도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기획자로서 많은 책을 들여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서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유_우리가 가진 여러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외부에 공유하는 개념인데요, 단순히 책을 당장 읽으라는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아, 독서를 하면 이런 재미가 있었지’라는 걸 가볍게 알려주는 거죠.

박_책 읽는 게 무섭고, 두려운 사람들도 많아요. 한 권을 고르면 전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표지를 보는 것도, 목차를 읽는 것도 모두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가기 전 물꼬를 터주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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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뿐인 데이터에서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힘이 필요해

Q. 말하자면 도서 콘텐츠란 본격적인 독서에 푹 빠지도록 미끼를 던지는 거군요.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박_먼저 회원들이 바라는 것,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어떤 서비스를 기획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죠. 만들고 싶은 서비스의 방향을 설정하고 타깃층을 잡은 뒤 샘플 콘텐츠를 만들어봅니다.

유_그리고 샘플 콘텐츠를 앱의 어느 곳에 배치할지 등을 계획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함께 실제로 앱에 구현하고 배포하는 거죠.

박_예를 들어 ‘밀리봐봐와 100인의 인생책’이라는 콘텐츠는 스타일리스트, 대안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이용자를 섭외해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자신만의 독서법을 소개하는 건데요. 회원들 간 쌍방향 소통 콘텐츠를 만들어봐야겠다는 기획에서 시작했어요. ‘밀리의 서재’에서는 회원 간 팔로우를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인터뷰이에게 다른 회원들이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도록 만들었죠.

유_한 예능 PD는 한 달 이내 발간된 신간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짧은 시간 내에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해요. 이처럼 직업군마다 독서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르고, 독서법이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서로 자극을 받고, 평소에 관심 없었던 분야의 책이더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되죠.

Q. 아무래도 사람들이 어떤 것을 바라는지, 그 니즈를 파악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아요.

박_그래서 회원들의 데이터를 읽는 데 가장 중점을 둡니다. 이용자들이 어떤 것에 반응하고, 또 어떤 것에서 이탈하는지 그 흐름을 보는 거죠. ‘진짜 선호도’는 데이터에서 드러나거든요. 여기에서 통찰력을 얻어 콘텐츠에 반영하고요.

유_기획을 할 때 아이디어나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웃음) 그래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를 공략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력이 필요하답니다.

Q. 두 분 모두 데이터를 읽는 힘에 대해 강조하시네요.

박_데이터라는 게 숫자의 나열이다 보니, 가설을 먼저 세우고 이에 맞는 데이터를 검증해가면 ‘이 콘텐츠는 반응이 좋겠다’는 결과를 낼 때가 많아요. 직원들의 전공도 가지각색인데요. 학력보다는 경력과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하죠. 전 출판사와 잡지사, 전시기획사 등에서도 콘텐츠 기획을 쭉 해왔어요. 또 인터넷에서 ‘짤’ 보는 것도 엄청 좋아하는데,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지름길이거든요.(웃음)

유_저도 그래요. 시의적절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행동이죠. 꼭 책이 아니더라도 여러 산업이 출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광고 등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이 도서 콘텐츠 기획에 영향을 미친답니다.

사진 손홍주

맥락맹이 되지 않으려면 독서로 문해력을 길러야

Q. 요즘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 속도도 만만치 않아요. 앞으로 독서 플랫폼은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예측하나요?

박_‘밀리의 서재’에서는 성우 여러 명을 캐스팅해 실감 나게 책을 읽어주는 ‘완독본 오디오북’을 공개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앞으로는 눈뿐만 아니라 귀를 즐겁게 해줄 독서 서비스가 각광받게 될 거예요. 또, 넷플릭스처럼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추천하는 ‘개인화’도 중요해질 거고요.

유_‘이달의 BEST 10’이라며 관심 없는 책을 일방적으로 추천해주는 게 아니라, ‘이거 좋아하죠’ 하면서 사적인 취향을 저격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회원들이 읽는 도서 데이터를 꾸준히 파악하는 거고요.

Q. 독서 장벽을 낮추는 비법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유_책 한 권이라도 혼자 분석하고 깊이 파보면서 읽는 방법도 추천해요. 청소년기로 다시 돌아간다면 문해력을 기르는 데 더 집중할 거예요. 문해력이 있으면 맥락을 잘 이해하고, 사회의 흐름, 그 이면을 읽는 힘이 함께 길러지거든요. 전 대학생 때 나만의 매거진을 출판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기획부터 발행, 출시까지 하며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해보는 게 지금 업무에 큰 도움이 됐죠. 이게 너무 거창하다 싶으면 참고가 될 만한 기사나 글 등을 스크랩하고 캡처해두면서 ‘이게 왜 좋았는지’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박_저도 텍스트 친화적인 사람으로서 아주 동의해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것이라면 뭐든 읽어보세요. 읽는 그 자체가 독서 습관을 기르는 첫걸음입니다. 완독만이 독서가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게티이미지뱅크, 밀리의서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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