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확진 7000명대..전문가 "지금 브레이크 밟아야 1만명서 멈춰"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한 뒤 신규 확진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8일 0시 기준 결국 7000명을 넘었다.
방역체계 전환으로 방역수칙이 대폭 완화된데다 바이러스 활동에 유리한 겨울로 접어들었고, 여기에 전파력이 델타형 변이보다 더 빠르다고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까지 유입된 상황이라 앞으로 확진자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의 확산세가 더 지속하면서 확진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고 감염 시 중증화를 막는 방안은 추가접종뿐이지만, 접종률은 아직 8.8% 정도로 저조한 실정이다.
또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고 해도 국민 피로도가 누적된 데다 이미 유행 규모가 커진 상황이라 지금의 유행을 꺾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7175명이다. 전날(4954명)보다 2221명이나 늘면서 7000명 선을 넘었다.
7000명대 확진자는 국내 첫 환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약 2년만, 정확히는 688일(발표일 기준)만이다. 직전 최다 기록(12월 4일)이었던 5352명보다도 1823명 많은 것으로, 4일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확진자 수 증가는 소아·청소년 등 미접종자 사이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 외에도 백신을 일찍 접종받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돌파감염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고령층 돌파감염을 막기 위해 추가접종을 확대 시행하는 계획에 집중하고 있지만 추가접종률은 아직 전체 인구의 8.8%(총 453만8521명)에 그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위중증 환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는 10월 넷째 주 평균 333명에서 지난달 첫째 주 365명, 둘째 주 447명, 셋째 주 498명, 넷째 주 576명으로 증가했고 지난주 697명이 됐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4일간은 평균 771명이다.
위중증 환자 수가 늘면서 병상도 사실상 포화상태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국 기준 78.7%(1255개 중 988개 사용), 수도권 기준 84.5%(806개 중 681개 사용)다.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사망자 수는 10월 넷째 주 85명에서 지난달 첫째 주 126명, 둘째 주 127명, 셋째 주 161명, 넷째 주 248명, 지난주 317명으로 늘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이후 한달여간 총 979명이 숨진 것이다. 최근 4일간(5∼8일) 사망자는 211명이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할 당시 확진자 증가는 불가피한 부분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위중증, 사망자 관리에 집중하면서 다른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여보겠다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확진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증가폭도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계획을 발표할 당시 "현재 1000∼2000명 수준의 확진자가 최대 4000∼5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최다 전망치를 고려해 의료대응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확진자수 규모를 최대 1만명까지 예측하는 전망치가 나오기도 했으나 1만명에 이르는 시점이 이달 말, 혹은 내년 1월 말정도로 예측하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확진자 증가폭이 이처럼 예상보다 커지면서 위중증, 사망자 규모도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질병관리청의 전신)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지금의 확산세를 두고 "걷잡을 수 없다"고 평가하면서 "이미 눈덩이가 커져서 조금만 굴려도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라고 비유를 들었다.
정 교수는 "지금이 '정점'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신규 확진자 수는 실제 1만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신규 확진자 수가) 3000명에서 5000명으로 2000명 뛰었고, 거기서 다시 2000명 뛰어서 7000명이 됐다"며 "(9000명으로) 또 뛰는 것도 현 상황에선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어 "위중증 환자 1000명대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병상을 물리적으로 확보할 수는 있겠으나, 실제 중증환자를 돌볼 수 있는 병상인지, 질적인 부분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지금의 확산세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지난 6일부터 사적모임 인원 기준을 줄이고 방역패스 대상을 확대하는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강한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기석 교수는 정부의 특별방역대책 효과에 대해 "미미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거리두기 강화'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강력한 조치, 정책적 신호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방역·의료적으로) 대응 가능한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지금 브레이크를 밟아야 1만명에서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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