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바람으로 다녔는데"..월패드 해킹 피해 주민들 불안 호소

김자아 기자 2021. 12. 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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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패드 해킹 리스트' 아파트 입주민 CBS 라디오 인터뷰
해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웹사이트에 올라온 국내 아파트 월패드 해킹 영상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전국 700여개 아파트 단지 벽면에 달려있는 월패드(wallpad·주택 관리용 단말기) 카메라를 해킹해 촬영한 영상이 유출된 것과 관련 온라인상에 떠도는 해킹리스트에 포함된 아파트 입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입주민 A씨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집이 4층이라 밖에서 보일까봐 커튼을 다 치고, 목욕하고 자유롭게 다닌다. 거의 속옷 바람으로 많이 다녔다”며 “(월패드 해킹은)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이른바 ‘전국 월패드 해킹리스트’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달 해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웹사이트에 국내 아파트 내부로 추정되는 사진·영상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게시자는 “한국의 대부분 아파트를 해킹했다”며 일부 영상을 공개했고, 영상에는 거주자의 사생활이 그대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주위에서 ‘언니네 집 월패드 해킹 떴는데 (카메라) 스티커로 가려놨느냐’는 연락을 몇 번이나 받아 그때부터 소름이 돋더라”며 “제 사생활을 다 지켜보고 있는 건지 너무 무서웠다. 바로 가려야 할 것 같아서 처음엔 아이 스티커로 일단 가렸다”고 했다.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아파트 가구간 망 분리를 의무화해 아파트 전 가구가 해킹당하는 보안 취약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으나, 피해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아직까지 해킹 리스트의 진위 여부는 물론 별다른 대책도 안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아파트에 581세대가 사는데 다들 무섭다고 한다. 언제부터 그런지도 모르겠다”며 “이런 아파트가 얼마나 많은데 대책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매번 스티커만 붙이고 살아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관련 수사와 망분리 입법화 등도 중요하지만 월패드 이용세대들의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수사당국이 지금 수사를 하고 있지만 보통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범인을 잡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그래서 일단은 리스트에 오른 아파트를 대상으로 임시방편이더라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들은 빨리 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에 테이프를 붙였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일반인들은 월패드에 카메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다”며 “정부가 빨리 내 아파트가 안전한 지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리고 월패드 종류별로 사진을 첨부해서 사용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가이드들을 빨리 공지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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