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평등 위해 평생 살아온 형.. 모든 짐 내려놓고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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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 인사동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 회고전 개막식에서 주최자인 이태복 형의 정정한 인사말을 경청했다.
가까운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형은 원래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었음을 늘 자랑했다.
이처럼 이태복 형의 생애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민중의 생활 안정을 추구하는 일에 온전히 바쳐졌다.
도산이 꿈꿨던 자유·평등·정의의 모범적 공화국은 형의 평생 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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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이태복(1950~2021)
불과 얼마 전 인사동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 회고전 개막식에서 주최자인 이태복 형의 정정한 인사말을 경청했다. 여전히 세상을 향한 애정 어린 비판과 바람의 말씀들이었고 무뎌 가는 우리를 각성시키고 결의를 다지게 하는 죽비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 형께서 갑자기 별세하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으니 황망할 뿐이었다. 급급히 조문하면서 들으니 급성심근경색이 직접적인 사인이라 했다.
그러나 제5공화국 시절 가혹했던 고문의 후유증이 끝내 형의 수명마저 단축시켰으리라 짐작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운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형은 원래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었음을 늘 자랑했다. 하지만 신군부 집권 초기 2달 동안이나 이른바 고문 기술자들의 갖가지 악행을 겪으면서 철벽같던 그의 몸도 큰 내상을 입었을 터였다.
충남 보령에서 나고 자란 형이 사회에 눈 뜬 것은 보령중 때부터였다. 읍내에서 열린 한·일 회담 반대 시위에 동참한 것이 그 시초였다. 서울로 유학해 성동고에 진학한 그는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흥사단에서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금요개척자 강좌를 통해 흥사단 학생아카데미에 참여했다. 당시 금요개척자 강좌에는 사회 저명인사들이 연사로 나와 세계정세와 민족문제에 대해 열강하며 특히 청년학생들의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정서를 고취했다. 형은 성동고와 국민대에서 흥사단아카데미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동시에 학교 간 연합활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대학 2학년 때인 1971년 말 유신쿠데타를 앞둔 박정희 정권의 위수령을 맞게 됐고 그는 강제 징집당했다. 1974년 만기 제대한 뒤 1981년 구속되기까지 출판활동과 노동운동 조직 결성에 진력했다. 광민사에서 발간한 ‘유한계급론’ ‘한국노동문제의 구조’‘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등은 당시 학생들의 필독서들이었다. 아울러 그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노동자 조직화가 관건이라고 봤는데 그 결실이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노련)이었다.
유신체제 붕괴에서 광주항쟁을 거쳐 신군부의 이른바 5공화국이 자리 잡기까지 우리 사회는 격렬한 진통을 겪게 됐다. 그 와중에 형과 흥사단아카데미 후배들은 투쟁론과 준비론, 무림-학림 논쟁 등을 거치는 동안 항상 변혁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형은 결국 1981년 5월에 구속돼 학림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됐고 혹독한 고문과 7년간의 수감 생활 후 1988년 가석방됐다.
출옥 후 그는 주간노동자신문(1989)과 노동일보(1999)를 창간해 노동운동의 대중화에 힘을 쏟았으며, 김대중 정부 하에서는 청와대 복지노동수석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짧은 관직 생활 후에는 다시 서민 대중의 삶을 돌보는 일에 헌신했다. 2007년 일반 국민의 삶에 부담이 되는 기름값, 휴대전화비, 카드수수료, 약값, 은행금리 등의 인하를 요구하는 5대거품빼기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상임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태복 형의 생애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민중의 생활 안정을 추구하는 일에 온전히 바쳐졌다. 그는 청년학생 시절에 알게 된 도산을 평생토록 사숙해 ‘도산 안창호 평전’ 등 2권의 전기를 써 헌정했다. 도산이 꿈꿨던 자유·평등·정의의 모범적 공화국은 형의 평생 꿈이기도 했다.
우리에게 늘 그리운 이름이 될 태복이 형, 이제 억압도 고문도 없는 자유와 정의가 편만한 저 세상에서 모든 짐 내려놓으시고 평안히 쉬소서!
흥사단 이사장 박만규 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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