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시급한 '나트륨 다이어트'

권대익 2021. 12. 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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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가정마다 끼니 챙기기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문제는 가정간편식에 포함된 과다한 나트륨이다.

뿐만 아니라 순두부찌개 등 국물류의 가정간편식에는 하루 권장량의 50%가 넘는 나트륨이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에는 가정간편식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평균보다 25% 넘게 줄여야 표시 가능했는데 10%만 줄여도 표시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이 나트륨을 얼마나 줄였는지 쉽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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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매되고 있는 냉동 만두·찌개류 등 가정간편식에 나트륨이 너무 많이 함유돼 있어 저감 조치가 시급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가정마다 끼니 챙기기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외식이 줄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날이 많다 보니 가정간편식(HMRㆍHome Meal Replacement)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3,000억 원으로 2016년 2조2,700억 원에 비해 89%가량 급성장했다. 올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가정간편식에 포함된 과다한 나트륨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냉동 만두에 포함된 나트륨 함량을 발표했는데, 그 수치가 기준치를 크게 웃돌아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냉동 만두는 3~4개(150g)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하루 나트륨 권장량(2,000㎎ 이하)의 35%에 달하는 703㎎의 나트륨을 섭취하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순두부찌개 등 국물류의 가정간편식에는 하루 권장량의 50%가 넘는 나트륨이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나트륨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성분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을 비롯해 뇌졸중ㆍ위암ㆍ식도암ㆍ심장병ㆍ만성콩팥병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은 짭짤한 맛을 워낙 좋아해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서 ‘나트륨 중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WHO의 권장량(2,000㎎ 이하)보다 60%가 넘는 3,289㎎(2019년 기준)일 정도다. WHO 권장량을 지키는 국민은 25.2%에 불과하다.

하루 나트륨 섭취를 1,150㎎(소금 2.9g)으로 낮추면 고혈압 환자가 50% 줄어들고, 뇌졸중 사망자는 22%, 심장병 사망자는 16% 감소한다고 WHO는 밝히고 있다. ‘싱겁게 먹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는 것은 만병을 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건강을 지키려면 싱겁게 먹기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이런 성과로 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2010년 4,831㎎에서 2019년 3,289㎎으로 30% 넘게 줄었다. 하지만 WHO가 정한 하루 나트륨 권장량(2,000㎎ 이하)에 맞추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게다가 최근 폭발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가정간편식이라는 암초까지 만났다. 더 강력하게 나트륨 줄이기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을 받게 된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트륨 저감화 조치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 식품에 표시할 수 있는 나트륨 기준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가정간편식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평균보다 25% 넘게 줄여야 표시 가능했는데 10%만 줄여도 표시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이 나트륨을 얼마나 줄였는지 쉽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에 그치지 말고 나트륨 저감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기업도 나트륨 저감에 앞장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설탕세처럼 소금세를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권대익 한국일보 의학전문기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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