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기부천사 김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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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2010년 12월 어느 날, 일본 군마현의 한 아동 상담소 앞에 누군가 돈다발을 두고 갔다. 기부자는 다테 나오토란 가명을 썼다. 만화 ‘타이거 마스크’의 주인공 이름이다. 얼마 안 돼 기부자는 평범한 일반인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선행에 감동한 사람들이 다테의 이름으로 전국 아동 시설 약 1000곳에 돈과 쌀, 생필품, 학생 가방 등을 보내기 시작했다. 다테 나오토는 익명 기부의 상징이 됐다.
▶한국에는 가명의 기부 천사 김달봉이 있다. 최근 3년간 기부한 돈과 물품이 6억원을 넘는다. 지난해엔 코로나로 고통받는 소외 계층에 마스크 20만장을 전달해 달라며 1억원을 내놓았다. 인천 지역 공동모금회,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전주 다문화 가정 돕기 기부자도 모두 김달봉씨인데 누구인지, 한 사람인지 단체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올해도 부안군청에 현금 1억2000만원을 기탁한 사실이 엊그제 알려졌다.
▶우리나라 기부 규모는 2019년 기준 연 14조5000억원이다. 한 푼 두 푼 정성을 모으는 개인 기부가 65%로 기업이 내는 돈보다 훨씬 많다. IMF 사태로 모두가 힘들던 1998년부터 개인이 기업을 앞지른 건 의외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때 오히려 주변을 살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 사태가 이를 증명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작년 12월 연말연시 기부 캠페인을 시작하며 잡았던 목표액은 3500억원이었다. 실제 들어온 돈은 4000억원이 넘었다. 연간 모금액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8400여억원이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이 기부의 전염력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희망자에 한해 익명으로 공동 저금통에 기부하게 했다. 저금통에 모인 돈을 똑같이 나눠갖는 조건이어서 적게 기부할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다. 참가자들은 이기적으로 굴지 않았다. 특히 누군가 기부액을 많이 내면 다른 참가자의 동참이 늘었고 공동 저금통에 더 많은 돈이 쌓였다.
▶이 실험은 인간성의 이타적 측면도 드러낸다. 돼지 저금통에 쌓인 돈을 독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죽이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세상은 지옥이다. 인간은 그런 세상에서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뇌과학은 기부가 수지맞는 일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기부를 실천한 이들의 뇌에선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가 활성화된다. 이때 느끼는 행복감은 혈압을 낮추고 면역력을 높여 장수를 돕는다고 한다. 올 연말, 구세군 냄비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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