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0] 백신 접종, 밀어붙이기만으로는 안 된다
이것은 당신들의 죄가 아니다. 당신들은 환자다. 그러나 기뻐하라. 당신들은 완벽해지고, 기계와 동등해지고, 백 퍼센트 행복으로 향한 길이 열린다. 모두들, 노소를 막론하고 서둘지어다. 서둘러 ‘위대한 수술’을 받을지어다. 위대한 수술이 시술되고 있는 강당으로 빨리 갈지어다. 위대한 수술 만세! 단일제국 만세! ‘은혜로운 분’ 만세!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마친 ‘우리들’ 중에서
이번 주부터 백신 패스가 없으면 카페나 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 청소년도 내년 2월부터 도서관⋅학원 등의 출입이 금지된다. 질병관리청장은 “확진자 급증과 변이 대응을 위해 예방접종에 꼭 참여해 달라”고 했다. 3차 접종은 물론 미접종자 및 중⋅고등학생에게도 백신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소설 속 우리들은 평등하고 행복하다. 세계 단일정부 치하에서 우리는 이름도 없이 번호로만 불린다. 우리에겐 자유도 필요 없다. ‘은혜로운 분’이라 불리는 독재자의 지시를 따르기만 하면 만사가 순조롭다. 안전을 위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정부는 행복의 적이라 불리는 반역자들, 즉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되찾으려는 자들을 색출, 처단하고 그 공포심으로 대중을 복종시킨다.
반역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 뇌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도 강제한다. 수술받고 나면 아무런 의심 없이 ‘은혜로운 분’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된다. ‘우리가 일등이다! 우리는 이미 수술받았다. 모두들 우리를 따르라!’ 수술을 선동하는 정부의 슬로건이다.
국민의 80%가 2차 접종을 마쳤는데도 확진자 수가 폭발했고 알파, 베타, 감마, 델타도 모자라 오미크론이라는 변이까지 나왔단다. 백신 무용론이 나올 법한 상황에서 전파와 감염, 변이 확산을 막겠다고 성인 추가 접종과 청소년 접종률만 증가시키겠다고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무증상이나 경증이 많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국민의 사회생활을 모두 멈춰 서게 했다. 또 많은 사람이 주사를 맞아야 하겠지만, 분명 3차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정부를 믿고 따라오는 동안 정작 빼앗긴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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