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토지세를 위하여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2021. 12. 8.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2008년 같은 제목의 칼럼을 일간지에 기고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도입했던 종합부동산세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철폐 대상 1호로 떠오르던 시점이었다. 종부세 무력화를 아쉬워하면서 왜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부동산에서 건물을 뺀 토지의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세를 지지하는지 설명하는 글이었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듯하다. 야당 대선 후보는 종부세 철폐를 시사하고 있고, 종부세를 토지세에 가깝게 재편하는 국토보유세를 공약한 여당 대선 후보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사단은 급증한 종부세다. 작년에 1조8000억원이었던 주택분 종부세 수입이 올해 4조원가량 증가한다고 한다. 단일 세목의 세수가 이렇게 급증하는 것은 예외적이고 혼란스러운 구조 때문에 다수의 억울한 사람이 발생한 것도 안다. 그러나 4조원은 민간보유 건물부속 토지 가치의 0.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이 정도의 세금을 재산권 과잉 침해로 규정하고 한국 자본주의가 내려앉을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 당시 담배 세금과 부담금이 7조원에서 12조원으로 증가했을 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도 필자는 종부세를 토지세로 수렴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 경제가 끈질기게 추진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종부세나 토지세 주창자들의 수사나 접근방법에는 불만이 있다. 그중 하나는 추구하는 목표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담론이다. 토지 가치에 평균 1%의 세금만 부과할 수 있다면 근로소득세나 법인소득세를 아주 없애도 될 만큼 큰 세수가 발생한다. 우리 현실에서 여기까지 가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많은 토지세 옹호론자들은 토지보유 상한제나 개발이익 전액 몰수를 위한 토지공개념의 도입과 개헌을 이야기한다. 또한 이론적 정당화를 위해 헨리 조지를 자주 인용한다. 헨리 조지는 토지 임대료 전액 과세를 주장한, 사실상 토지 사유 금지를 주장한 급진적 경제학자다. 이런 거대 담론을 뒤따른 것은 종부세 대상 주택 공시가격 하한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려 종부세 대상자를 절감한 진보 표방 여당의 초라한 선택이다.

또한 부동산에서 발생한 소득은 불로소득이니 전액 환수해야 한다거나 주택 투기는 죄라는 생각은 극소수 고가 주택 보유자를 세금으로 징계함으로써 주택 투기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과 저가 주택을 두 채 보유하고 있다고 중과세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연결된다. 이런 사고를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는 2030세대들이 받아들일까? 아무리 신성하다고 주장해도 토지는 주식, 채권과 경쟁하는 중요한 가치증식의 수단이다.

애덤 스미스와 밀턴 프리드먼을 포함한 많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토지세를 지지하고, OECD와 같은 국제기구의 보고서와 자유주의 성향의 유력 경제지에 토지세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토지세는 국민소득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노동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면 노동 공급이 줄어들고, 자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면 자본 축적이 감소하여 국민 생산과 소득이 감소한다. 그러나 세금을 맞은 토지는 줄어들거나 해외로 이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토지세를 인상하는 대신 근로소득세나 법인세를 인하하면 생산과 소득이 증가한다. 그러나 학술적으로 강건한 이러한 정당화를 진보성향의 전문가들로부터 듣기 힘들다. 조세가 국민소득을 감소시킨다는 경제학의 보편적 이론을 들으면 신자유주의자의 논리라고 낙인찍고 고개를 돌리기 때문이다.

둘째로 공급이 고정된 토지에 대한 세금은 타인에게 전가되지 않는다. (반면 건물에 대한 세금이나 택지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토지세는 전가될 수 있다.) 따라서 토지세는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심하고 토지가 가장 중요한 자산인 한국 경제에서 이상적 불평등 완화의 수단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시작해서 모든 경제원론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 기초 이론에 반대되는 이야기가 유력 언론에서 반복되는 것은 신기한 현상이다.

소득이 아닌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인류는 고대부터 토지와 재산에 과세했고 소득세와 소비세가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토지세의 진짜 문제는 현금이 없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토지세를 강화하기 이전에 납세를 매각이나 상속 시점까지 연기하거나 납세 대신 토지 지분을 정부에 양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한 토지세는 기본소득의 수단이 아니라 성장을 저해하는 소득세를 최소화하면서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임을 국민이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