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49] 국가의 힘은 지갑을 못 뚫는다
중국의 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술 담배를 하지 않은 임표는 63세에 죽고, 술은 멀리했지만 담배를 좋아한 모택동은 83세에 죽고, 술과 담배를 모두 즐긴 등소평은 93세에 죽고, 술과 담배에 여자까지 밝힌 장학량은 103세에 죽었다.” 중국 현대사의 풍운아 장학량(張學良), 즉 장쉐량은 영원한 로맨티스트로 기억된다.
청나라가 망한 뒤 만주를 지배하던 봉천 군벌 장쭤린(張作霖)이 1928년 열차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일본 관동군의 소행이었다. 그의 아들 장쉐량은 일본에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휘하 부대를 이끌고 아버지의 라이벌 장제스(蔣介石)의 부하가 되었다. 그런데 장제스는 대일 투쟁보다 공산당 토벌을 우선했다. 참다못한 장쉐량이 장제스를 감금한 뒤 공산당과 힘을 합해 항일 투쟁부터 할 것을 촉구했다. 1936년 시안(西安)사건이다.
장제스가 마지못해 그 요구에 응했다. 국공합작(國共合作)이었다. 덕분에 지리멸렬하던 공산당이 기사회생했다. 역사의 물꼬가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장제스가 마오쩌뚱에게 패한 것이 장쉐량의 반란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패착이 많았고 그중에는 화폐제도의 혼선도 있었다. 신해혁명 이후 국민당 정부는 은본위제도(1911년), 금본위제도(1928년), 은본위제도(1932년), 관리통화제도(1935년)를 오락가락했다. 일본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금본위제도에 뿌리를 둔 조선의 화폐를 통해 베이징 이북의 화폐제도를 장악했다.
민심을 잃으면 법화도 밀려난다. 20세기 초 중국이 그랬고, 지금 북한의 접경 지역이 그러하다. 그곳의 장마당에서는 미 달러화가 주된 지급 수단이다. 독재자의 절대 권력이 인민의 얄팍한 지갑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반란 직후 장쉐량은 가택 연금되었다. 사형을 면한 것은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의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장쉐량은 비서였던 어린 부인과 평생 붙어 있었다. 여복이 넘쳤던 장쉐량이 1936년 12월 12일 시안사건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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