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超슈퍼예산' 빈 곳간은 누가 채우나

2021. 12. 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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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상관없이 내년 대선 표만 겨냥
미래 세대에게 큰 짐 넘기지 말아야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 주목받진 못했지만 607조7000억원의 새해 예산안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다. ‘사상 최대 슈퍼예산’으로 정부 안보다 3조3000억원, 올해 대비 8.9% 증가했다. 2017년 400조원 규모의 예산에서 52% 늘어난 규모라니 ‘확장재정 기조’의 문재인정부 5년이다.

여야 모두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일이라면 못할 게 없다는 국회다. 관례적으로 정부 예산안을 순감처리하는 게 국회였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회는 정부 안보다 예산안을 늘렸다. 증액 액수도 1조원 이상 커졌다. 작년 국회는 2조원 정도 예산안을 늘렸다. 국회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 정치학
여당은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은 매우 건전하다”, 국가채무 비율 40%도 “근거가 뭐냐”고 한다. 야당도 단기 알바만 양산하는 ‘관제 일자리 사업’ 등의 예산삭감은 하지 않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늘리자 목소리를 낮춘다. 미래는 없고 당장의 표만 보는 국회다.

‘이재명표 예산’이라는 지역화폐 발행규모는 당초 6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었다. 11월 23일 민주당 대선후보의 증액 요청 이후 예산에 반영됐다. 이 후보는 작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증가 효과는 찾기 어려웠다”는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를 비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역 내 자영업체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가경제 측면에서는 비용만 추가 지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연구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내년 SOC 예산은 역대 최대인 28조원 편성됐는데, 지역구 민원성 사업 4000억원이 국회에서 추가됐다. 국회 심사과정에서 정부 원안에 없었던 민원성 예산 76건이 추가됐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으로 알려져 있다. 여야의 짬짜미다.

사상 최대 슈퍼예산은 미래세대에게 크나큰 짐이자 재앙의 ‘폭탄 돌리기’다. ‘나랏빚 천조국(千兆國)’이다. 중앙정부 기준 국가채무가 올해 100조원 이상 급증하면서 우리나라는 이제 ‘국가채무 1000조원’시대에 들어선다. “나라 곳간이 쌓여 가는 게 아니라 비어 가고 있어 상당 부분 어려운 상황이며,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고 생각한다”는 경제부총리의 언급은 빈말이 아니다.

내년 대선에서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국가채무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가채무는 올해 965조3000억원에서 내년 1068조3000억원이 된다. 문재인정부 임기 첫해 2017년 660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국가채무가 408조1000억원 늘어나는 것이다.

500조원을 처음 넘어섰던 2014년과 비교하면 국가채무는 8년 만에 2배가 되는 건데, 지난 8년 동안 증가한 국채 535조1000억원의 81%가 현 정부 임기 동안이다. 문재인정부 기간 늘어난 국가채무 408조원은 역대 정부 최대로, 앞선 두 정부 9년 증가액 351조원보다 많고 정부 수립 이후 75년 동안의 국가부채 660조원의 60%를 넘는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국가채무는 2025년 1408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망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8.8%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66%를 넘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한국은 국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하위권 수준이고, 재정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출을 덜한 국가로 지목되기도 했다. 문제는 나랏빚 증가 속도가 단기간에 너무 빠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저출산과 고령화까지 더해지면 1인당 국가채무 부담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역대 정부는 국채 비율을 GDP 대비 40%로 관리해 왔다. 2017년 36%였던 국채 비율이 내년 50%를 넘어서게 되자 6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게 재정준칙의 핵심이다. 작년 말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은 1년 동안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 국회의 무책임이다. 따라서 재정준칙을 빨리 확정해야 한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하다. 당장의 정치적 고려와 함께 피하고 싶어도 다가오는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다.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과 미래세대의 기회 만들기도 세대통합을 향한 정치권의 과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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