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제대로 잘 버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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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정리를 하기로 마음먹고 옷을 꺼내놔도 옷을 제대로 버리기는 어렵다.
이건 큰 아이가 첫 월급을 타서 선물한 옷이고, 이건 몇 안 되는 고가의 옷이고, 이건 예쁘다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은 옷인데 살을 좀 더 빼서 입으면 될 것 같고, 이건 너무 말끔한 게 어제 산 새 옷 같고, 이런저런 이유로 밖으로 빼낸 옷이 다시 장롱으로 들어간다.
한 친구는 옷 정리를 할 때 바로 옷을 버리는 게 아니라 일단 상자에 보관해서 창고에 갖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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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꼭 필요한 사람한테 나눠 줄 수도 있고 정리정돈이 잘된 집 안의 쾌적함도 누릴 수 있는데 잘 안 된다. 한 친구는 옷 정리를 할 때 바로 옷을 버리는 게 아니라 일단 상자에 보관해서 창고에 갖다 놓는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옷을 쉽게 많이 골라낼 수 있다고 한다. 결국은 대부분 1년 지나 상자째 버리게 되지만 그 방법을 써야 그나마 옷을 버릴 수 있다고 한다.
유명한 일본의 정리수납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말한다. 옷을 정리하기 전에 먼저 모든 옷을 한 곳에 다 꺼내놓는다. 산처럼 쌓인 옷을 하나하나 집어보며 이 옷이 나를 설레게 하는지 생각을 해본다. 판단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길어지면 애착이 생긴다. 애착이 생기면 버릴 수 없다.
어디 옷뿐이랴. 우리에게는 버릴 게 너무 많다. 열정은 목표에 도달하게 하지만 욕심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양손에 잔뜩 들고서도 더 더 하면서 까치발을 들면 결국 그 무게에 넘어지게 된다. 기대는 설렘을 주지만 지나치면 서운함을 갖게 한다. 특히 결혼한 자식에 대한 기대는 작을수록 자유로워진다. ‘집에 잘 오지도 않고 전화도 없어.’ 자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다가 결국은 ‘지들 잘 살면 되는 거지.’ 스스로 속 끓지 않는 선에서 타협하게 된다. 결혼한 자식에게는 먼저 돌봐야 될 가족이 있다. 그걸 인정하고 기대를 낮추면 모두가 편해진다.
소설 ‘편견과 오만’의 작가 제인 오스틴은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편견과 오만은 인간관계의 최대 적이다. 그리고 또 버려야 될 것에 ‘집착’이 있다. 자식에 대한 집착, 특히 자식의 성적에 대한 집착은 가족 모두를 살얼음판 위에서 사는 것처럼 불안하게 한다. 버려야 할 것을 제대로 버리면 그 빈자리를 행복이 찾아와 채워준다. 찾아온 행복이 자리가 없어서 다시 떠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어느새 올 한 해도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다. 참으로 힘든 시간을 잘 이겨냈다. 앞으로 더 잘 견뎌내려면 자신을 점검하고, 마음의 정리를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이 아닌가 한다. 힘들수록 무거울수록 버려야 한다. 과연 내가 무엇을 버려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조연경 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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