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숄츠, 첫 '남녀 동수' 내각 출범.."안보, 강한 여성들 손에"
[경향신문]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으로 선출된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사진)가 8일(현지시간) 독일 역사상 최초로 남녀 동수 내각을 출범시킨다. 내무·외무·국방장관 등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자리에 모두 여성 장관이 취임한다. 이는 장관직 성비를 똑같이 맞추겠다는 숄츠 차기 총리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숄츠 차기 총리는 이날 내각을 발표하며 “안보가 강한 여성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인선으로 외무장관에 아날레나 베르보크 녹색당 공동대표, 내무장관에 낸시 패저 사민당 헤센주 지부장, 국방장관에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법무장관이 임명되며 세 요직을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특히 외무부와 내무부는 독일공화국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을 맞이하게 된다.
베르보크 내무장관 내정자는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 등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인권과 법치를 우선순위로 두는 가치외교를 강조해오며 신장 위구르족에 인권 침해를 저지른 중국을 비판해오기도 했다. 도이체벨레는 중국과 사업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메르켈 내각과 달리 다음 내각에서는 양국이 냉랭한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 출신 패저 내무장관 내정자는 헤센주 주의원을 맡으며 헤센주를 정치 텃밭으로 삼아왔다. 독일 언론들은 숄츠 총리가 지방정치를 해오던 그를 임명한 것이 “깜짝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처음으로 독일 연방정치 무대에 서게 된 그는 6일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인 극우 극단주의와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여성과 남성이 각각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여성도 절반의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 숄츠 차기 총리는 이 밖에도 교통·건설·주택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환경·자연보호·원자력안전·소비자보호부, 교육연구부, 경제협력개발부 등 5개 부처에 여성 장관을 내정했다.
뉴욕타임스는 남녀가 같은 비율인 이번 내각에 대해 “10년 넘게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혀온 메르켈 총리의 혼합된 유산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독일 최초 여성 총리인 메르켈 내각에서 내각·의회 내 여성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대신 메르켈 총리는 여성 정치인의 입지를 키웠다. 스베냐 슐체 경제협력개발장관 내정자는 메르켈 내각에서 환경장관으로 임명됐고, 람브레히트 국방장관 내정자도 2019년 법무장관에 취임했다. 독일 젠더·불평등 학자 유타 알멘딩거는 “메르켈은 항상 비밀리에 젠더 정치를 했다”며 “공개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것은 권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숄츠 내각은 8일 공식 출범하며, 지난 2일 퇴임식을 치렀던 메르켈 총리도 이날 16년 만에 공식 퇴임한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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