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전·모바일 부문 통합' 2인 대표 체제로

[경향신문]

한종희, 경계현

김기남 종합기술원 회장
정현호, 부회장으로 승진
조직 간 시너지 극대화 의지

이번주 부사장 이하 인사
대규모 쇄신·개편 전망

삼성전자가 7일 실시한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는 3인 대표이사 전면 교체와 가전·모바일 부문 통합을 통해 인적 쇄신과 조직 간 시너지 제고를 시도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기남 부회장(반도체)과 김현석(가전)·고동진(모바일) 사장 등 3명의 부문 대표가 모두 물러났다. 2017년 말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 퇴임 후 4년 만에 큰 폭의 대표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재계에선 4년 전 인사가 ‘이재용 체제’의 발판을 놓았다면 이번 인사는 이건희 회장 사망 이후 이재용 체제를 본격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5년 만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달 24일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의식이 업계 예상보다 큰 폭의 인사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번주 있을 부사장 이하 후속 인사에서도 큰 규모의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2012년 말 완제품 부문을 가전(생활가전·TV)과 모바일(IT·모바일)로 나눈 지 9년 만에 양 조직을 세트(완제품) 부문으로 합쳤다. 이로써 3인 대표 체제도 2인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9년 전엔 세계 1위 사업인 TV와 스마트폰의 성공 DNA를 다른 완제품 사업에 접목해 전체적인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이었다. 이번에는 가전과 모바일 제품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서로 협력할 일이 많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CES 2022’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은 생활가전의 비스포크를 스마트폰에 접목해 만들었다. 시장엔 LG전자의 스탠바이미 등 TV와 태블릿PC의 경계를 허무는 제품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세트 부문 대표에는 TV 개발을 이끌어온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임명됐다. 한 부회장은 TV 전문가 출신으로 2017년 11월부터 TV 부문장을 맡아왔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에 대해 “사업부 간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고 신사업·신기술,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세트 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문 대표를 맡은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 낸드플래시개발실장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기를 맡아 전자제품 핵심 부품인 MLCC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반도체 부문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의 미래 기술과 후진 양성을 맡는 종합기술원 회장을 맡는다. 4년 전 권오현 부회장도 삼성전자 대표에서 물러난 뒤 종합기술원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이 부회장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업무를 총괄하는 사업지원TF 조직이 커지거나 새롭게 재탄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