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은 쏙 빠져.. N번방 못막는 'N번방 방지법'

장형태 기자 2021. 12. 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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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톡]

오는 10일부터 카카오톡 오픈(익명) 채팅방,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이용자가 게재하는 동영상은 불법 촬영 여부를 사전에 확인받게 됩니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동의 없이 불법 촬영한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것이죠. 하지만 정작 온라인 업계에서는 ‘N번방 못 막는 N번방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카카오톡 공지

개정된 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연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업자는 모두 불법 촬영물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플랫폼 대기업뿐 아니라 디시인사이드·뽐뿌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도 예외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N번방 사건 무대가 된 외산 메신저 텔레그램과 디스코드는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두 업체 모두 국내에 법인도 대리인도 없어 법을 적용할 길이 없을 뿐더러,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두 메신저는 개인간 사적 대화방으로 운영돼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공개된 채팅방·게시판만 대상일 뿐 메신저 단체방은 제외돼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물을 검열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이 기술은 딥러닝(심층 학습) 기반으로 영상물을 분석한 뒤 정부가 모은 동영상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불법 여부를 식별하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지난 8월에야 나와 현실 서비스에 잘 적용될지 검증이 안 됐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필터링 과정도 정부가 만든 프로그램을 거쳐 가는 것이다 보니, 정상적 사진이 잘못 검열되더라도 네이버·카카오 같은 민간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이유를 그때그때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업계 우려를 반영해 이 법에 대한 계도 기간을 6개월간 두기로 했습니다. 검열 도입 초기에 오류가 생겨도 일단 행정 제재를 미루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제도에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른 원성은 ‘N 번방’의 온상이있던 외국 업체가 아닌 국내 업체들로만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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