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보기] 산업단지 매립장 곳곳 '몸살'.."공공책임제 시급"

이정훈 2021. 12. 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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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앵커]

최근 농촌 지역에서 산업단지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습니다.

별다른 수익원이 없는 농촌 지역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보통 산업단지와 함께 폐기물 매립장까지 조성되면서 주민 반발이 큰 상황입니다.

충북에서는 괴산과 진천,충주 등에서 산업단지와 매립장으로 인한 주민 반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농촌의 산업단지 개발이 매립장 조성을 위한 꼼수라는 주장과 함께 청정지역인 농촌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농촌 지역 산업단지 추진 이유와 폐기물 매립장 조성, 그 해답은 뭘까요?

뉴스더보기, 이정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층 차가운 바람에 매서워진 날씨.

고령의 농민들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에 모였습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포함된 산업단지가 마을 인근에 추진되면서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

주민들은 청정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대한다.”]

특히 이들은 산업단지 예정지 가운데 37%가 논밭으로 기존의 생계 터전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예정지에는 농업진흥지역까지 포함돼 다량의 외지 폐기물이 들어올 경우 환경 오염과 건강권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입니다.

[송요일/괴산메가폴리스산단 반대대책위원장 : “사리 면민은 괴산군민이 아닙니까. (괴산군이) 어떻게 사리 면민들에게 대놓고 패악질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괴산군의 입장은 다릅니다.

환경과 건강 문제 등 별탈 없이 걱정하지 않고 운영되는 농촌 지역의 산업단지와 폐기물 매립장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침체된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산업단지 조성이 꼭 필요하다며 사업 강행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괴산군 입장에 동의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산업단지 예정지가 악취 발생이 잦은 곳인데, 산업단지 조성으로 이 같은 악취가 사라질 것이라며 산단 조성을 찬성하면서 주민 간 찬반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헐값에 농지를 수용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 외지에서 반입할 수 있는 폐기물 매립장까지 조성할 수 있는 농촌 지역의 산업단지.

2008년 '산업단지 조성 간소화법'이 제정되면서 농촌 지역의 산업단지는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습니다.

실제 전국에 현재 지정된 산업단지는 모두 1,240여 개, 이 가운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일반산업단지가 60% 가까이 됩니다.

특히 2008년 6월, 산업단지 간소화법이 제정된 이후 일반산단은 2007년 말 250개에서 2020년 말 685개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충북에서도 내년에만 10곳이 넘는 산업단지가 추진 중입니다.

또, 현재 산업폐기물 매립장 9곳이 운영되거나 건설될 예정입니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단지와 폐기물매립장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손쉽게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공장을 유치해 침체된 지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며 자치단체에서는 무분별하게 산업단지를 인·허가해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농업진흥지역까지 해제하고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등 농촌 지역의 난개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KBS가 입수한 최근 감사원 자료를 보면 괴산군 등 4곳은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채무나 손실을 떠맡기 위해 수백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투입하다 적발되는 등 주의 조치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승수/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 “분양이 안 되어 발생하는 재정적인 손실 부담을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떠안게 되는 이런 경우가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늘어나는 산업단지 조성으로 함께 생기는 대규모 폐기물 매립장입니다.

2012년 제천에서는 폭설로 인해 민간업자가 조성한 산업폐기물매립장 에어돔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폐기물 매립장 업체의 부도로 넉 달이 넘도록, 붕괴된 매립장은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주변 지하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치한 검사정은 심한 악취를 냈고 시커먼 구정물로 가득 차는 등 침출수 유출이 확인됐습니다.

[김진우/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2013년 4월 29일 : "차수막이 터졌을 거라고 확신이 들고요. 두 번째로 수위가 상당히 높습니다. 수위가 높다는 것은 이미 매립장 전반에 침출수가 꽉 찼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당시 폐유와 유독성 화학물질 등을 처리하는 지정 폐기물 매립장이어서 원주지방환경청이 사고 직후 해당 업체에 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천시는 국비와 지방비 등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최성호/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 충북대책위 : “지역 주민들이(매립장 조성) 그걸 반대할 권리가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업자들에 의해(고소 등으로) 겁박을 당해야 하는 건지 그 부분이 굉장히 분노스러워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산업폐기물 처리와 철저한 사후 관리를 위해 공공관리 방식의 '국가책임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농촌 지역의 산업단지 추진과 대규모 폐기물 매립장 조성.

이로 인한 청정지역 난개발과 사후 관리 부실 문제까지 확산하면서 이달 산업단지의 폐기물 매립장에 대한 '공공관리제' 도입을 촉구하는 전국 규모의 대책위원회 출범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성은

이정훈 기자 (hwarang0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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