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현실" 언급한 이재용, 사람과 조직 싹 바꿨다

박건형 기자 2021. 12. 7. 20: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3명 모두 교체,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로

대표이사 3명을 모두 바꾸는 세대 교체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가 9년 만에 대표이사 2인의 투톱 체제로 바뀐다. 김기남 반도체 부문 부회장을 비롯해 김현석(소비자가전)·고동진(스마트폰) 대표 등 기존 대표이사 3인이 일제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TV사업부를 이끌던 한종희 사장이 새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 부회장은 가전과 스마트폰 부문을 통합한 세트(완제품) 부문을 담당하며, 새로 반도체 부문장 겸 대표이사로 임명된 경계현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게 됐다.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의 주요 현안을 관리하고 미래 사업 발굴을 맡아온 정현호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해 미래 기술 개발과 후진 양성을 책임지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 그래픽=송윤혜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 구축

새로 대표이사에 오른 한종희 부회장은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TV 부문에서만 30년 넘게 몸담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15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이끈 주역”이라며 “TV·가전과 스마트폰 부문을 총괄해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융합을 극대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핵심 캐시카우(수익원)인 반도체 부문 수장에 오른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D램·낸드플래시·메모리 설루션(소프트웨어) 등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쳤다. 지난해부터 삼성전기 사장을 맡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당초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래전략실을 대신할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이번 인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도 없었다.

삼성전자의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세트 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은 박학규 반도체 부문 경영지원실장이 맡는다. 삼성전자 북미총괄 최경식 부사장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박용인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법무실 송무팀장 김수목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세트 부문 법무실장을 맡는다. 또 시스템LSI사업부를 이끌어온 강인엽 사장은 반도체 부문 미주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삼성SDI는 삼성전자 CFO인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전임 전영현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에는 반도체 개발 전문가인 장덕현 삼성전자 부사장이 내정됐고, 남궁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재경팀장(사장)은 에스원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상 뒤엎은 쇄신 인사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회사 안팎의 관측을 완전히 뒤엎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대표이사 3인은 2017년 10월 말 각 부문장에 올랐고,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올해 역대최대 수준의 실적을 올린 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직 가석방 상태이기 때문에 올 사장단 인사가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대표이사를 전면 교체하고 9년 만에 소비자가전과 스마트폰 부문을 다시 통합하는 승부수를 던진 데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격변하는 글로벌 테크 산업 현장을 직접 목격한 뒤, 분위기 쇄신을 위해 큰 폭의 변화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위기론이 끊이지 않았다. 반도체는 메모리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경쟁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데다, 미국 애플과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으로 육성하던 자동차 전자장비 등 미래 산업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해 삼성이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새로운 진용을 구축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