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줄여줄테니 집 팔라는 건가"·"거주이전 자유 과도해"..문 정부에 쏟아진 비판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상향(시세 9억→12억원) 하기로 한 것에 대한 명분을 묻는 글에 달린 댓글이다. 작성자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12억원까지 비과세해주겠다는 이야기는 사실상 대부분의 주택 거래에서 양도세를 면제해주겠다는 의미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서 1주택 소유는 필수인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12억원까지 거주이전의 자유를 꼭 보장해줄 필요가 있나...뜬끔없다", "세금은 내리긴 쉬워도 올리려면 조세저항이 크다. 섣불리 내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며 비판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반응도 회의적이었다. 서울 잠실동 일대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내일(8일)부터 양도세 비과세 정책이 시행돼 세금이 바로 싸진다고 해서 바로 매물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일대의 중개업소 관계자도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최근 급매물 위주로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긴 했으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직 큰 움직임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8일부터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이처럼 싸늘했다. 정부가 의도한대로 양도세를 낮추면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정반대로 흘러간 것이다. 집값 안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드물었다.
정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개정 소득세법의 공포일을 8일로 확정했다. 국회는 앞서 지난 2일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시행일을 법 공포일로 규정했다. 정부가 8일 개정 소득세법을 공포함으로써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조치가 이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는 것이다.
양도 기준일은 등기일과 잔금청산일 중 빠른 날이다. 일반적으로는 잔금청산일이 등기보다 빠르기 때문에 잔금 청산일이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개정 소득세법은 1세대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실거래 양도가격이 12억원 이하인 경우 비과세 혜택을 준다.
12억원이 넘으면 과세 대상 양도 차익에서 기본공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빼 과세표준을 산출하고 여기에 6∼45%의 세율을 곱해 양도소득세를 결정한다. 주택을 7억원에 취득해 12억원에 판(5년 보유·5년 거주) 1세대 1주택자 A씨의 경우 현행 비과세 기준 9억원을 적용할 경우 134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개정된 12억원 기준을 적용할 경우 A씨는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정부는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양도차익 계산 방법 등 시행령 후속 조치도 이어갈 예정이다. 시행령 역시 8일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국회와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 이후 이례적으로 6일 만에 법안을 시행했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조치 시작 시점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당초 내년 1월 1일로 예정했던 법 시행 시기를 20일 이상 앞당긴 것이다. 국회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3일 법안을 정부로 긴급 이송했다. 일반적으로 5일 안팎 소요되는 정부 이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하루로 단축했다.
정부 역시 가장 빠른 국무회의 일인 7일 소득세법 개정안을 상정·의결해 8일 공포한다. 정부 단계에서만 통상 2주 이상 소요되는 시간을 4영업일 만에 마무리 지었다. 정부는 2일 국회를 통과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도 8일 공포하기로 했다. 개정 부가세법은 부가세의 일부를 지방소비세로 이양해 지방소비세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종완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 기준이 그동안 너무 낮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려야 하는 게 맞다"라며 "1주택자이고 비과세 요건을 갖춘 사람들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라고 말했다.
이어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올려주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있으나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편법 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제도 시행을 앞 당긴 것은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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