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불꺼진 청주 유흥가 '밤고개' 사람들 이야기 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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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밤안개, 밤차, 똥광, 고구려, 수선화. 충북 청주의 3대 홍등가로 불렸던 내덕동 '밤고개'에 걸린 간판들이다.
조씨는 "밤고개와 자연시장 등은 지금 청주시 주도로 도시재생 사업이 한창이다. 유흥업소 밀집지역이었던 터라 이들 업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게 관심인데 그동안 함께 했던 주민, 상인 등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 싶어 책을 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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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춘성·그림 김길은·사진 최석원
"도시재생으로 문화·예술공간 변신중"
은빛, 밤안개, 밤차, 똥광, 고구려, 수선화…. 충북 청주의 3대 홍등가로 불렸던 내덕동 ‘밤고개’에 걸린 간판들이다. 밤고개는 낮보다 밤이 밝아, 700m 남짓 거리엔 유흥업소들이 촘촘히 불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모두 문을 닫았다.
밤고개와 주변 마을 이야기를 담은 책 <그래도, 밤고개>(예술실행공동체 비즈)가 나왔다. 책은 이 마을에 사는 조송주(52)씨가 기획했다, 조씨는 문화기획을 하는 드로잉(소묘) 작가다. 박춘성(51) 작가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김길은(52) 화백은 그림으로, 최석원(47) 작가는 사진으로 동네를 담았다.
조 작가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애착의 눈으로 마을을 보다 다른 표정, 색, 풍경이 들어와 뜻을 모았다. 마을과 사람들의 공존을 주제로 이야기를 모았는데 소소한 일상들이 재미있으면서도 울림이 있었다”고 했다.
첫 이야기는 ‘마지막 일반음식점’으로 불린 ‘업소 누님’의 담담한 일생이다. “답답해서 그냥 나와요. 손님이 없어도 나오는 거예요. 고맙지. 이 장사 때문에 밥 먹고 살았으니까”라는 넋두리가 정겹다.
주점과 어울리지 않는 문구점, 곰탕집 마당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길고양이 이야기도 있다. 큰길 홍등가 뒤편 마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정자 ‘해원정’ 편을 펴니 마을 정취가 묻어난다. “이 동네가 그때나 지금이나 단합이 잘돼요. 커다란 양은 솥에 국수를 삶아서 나눠 먹고는 했어요,”
조씨와 작가들은 지난해 마을 전통시장인 밤고개 자연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상인의 하루>를 내기도 했다. 조씨는 “밤고개와 자연시장 등은 지금 청주시 주도로 도시재생 사업이 한창이다. 유흥업소 밀집지역이었던 터라 이들 업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게 관심인데 그동안 함께 했던 주민, 상인 등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 싶어 책을 냈다”고 했다.
실제 청주시는 274억원을 들여 밤고개 주변 4679㎡를 문화·예술 친화 공간으로 새단장하고 있다. 사들인 유흥업소 16곳 등엔 공예 공방, 무형문화재 전수관, 도시재생 허브센터 등을 들일 참이다.
조씨는 청주시 계획보다 조금 더 나가 밤고개를 나라 안팎의 작가들이 머물며, 창작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을 추진한다. 그는 청주시에 이런 내용을 담은 ‘아시아 아티스트 빌리지’ 조성 계획을 제안했으며, 몇몇 작가와 창작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밤고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들어선 옛 청주연초제조창과 맞닿아 있으며, 중부권의 관문인 청주공항과 지척이다. 유흥가에서 탈바꿈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더하면 아시아 예술문화 거점으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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