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처럼 후원 적은 적 없었다" 코로나 확산에 봉사 현장도 비상
"십년 넘게 이 마을에 살면서 작년과 올해처럼 연탄 후원이 적은 때가 없었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마을 주민 60대 김모씨는 올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코로나19(COVID-19)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탄 후원과 봉사자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달 1일부터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봉사의 손길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주춤한 상태다.
김씨는 "겨울을 나려면 연탄 1300장이 필요한데, 지금은 거주민이 많이 사라져 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연탄이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빠듯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여기 마을 지대가 높다보니 아랫동네보다 기온이 2~3도씩 낮다"며 "하지만 마을 사람들 대부분 일이 없어 연탄 살 돈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마을은 지역 재개발로 인해 주민 대다수가 이사했다. 남은 주민들은 공동화장실을 이용하고 연탄보일러로 겨울을 난다. 그래서 이곳 주민에겐 연탄이 절실하다. 소외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이곳에서 코로나가 사라지지 않은 겨울은 더욱 혹독하다.
지난달 '위드코로나' 발표 이후 봉사단체 등엔 후원과 자원봉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았으나 유행 재확산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무너진 상태다. 연탄 봉사 단체엔 봉사 신청이 급격히 줄었고 계획했던 봉사 계획도 취소됐다. 보육원 등은 행사를 취소하고 일부 급식소가 문을 닫으며 남은 급식소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달 들어 사랑의연탄나눔운동(연탄나눔운동)엔 봉사 신청이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원기준 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은 "좀 더 (봉사) 신청이 들어와야 하는데 멈췄다"며 "(감염 등 때문에) 시민분들이 주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획됐던 봉사활동을 취소한 곳들도 있다. 지난 주말 한 기업체 봉사 동아리는 직접 연탄을 전달하러 소외계층 마을을 방문하는 대신 후원으로만 연탄 나눔을 대체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회사 차원에서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현장 봉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원 사무총장은 "급히 개인 봉사자들을 모아 연탄을 전달하긴 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연탄나눔운동 측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연탄 기부와 봉사 참여는 이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2020년의 경우 2019년 대비 후원과 참여가 50% 수준에 그쳤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으로 정기 후원을 하거나 후원금을 보내는 사람들은 있지만 기업과 기관의 참여가 줄었다. 이 때문에 연탄을 받는 마을들에선 언제 연탄을 가져다주느냐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한다.
서울에 위치한 한 보육원은 계획했던 연말 행사를 취소할까 고민 중이다. 많은 아이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코호트 격리'(봉쇄 조치)까지 이뤄지기 때문이다. 보육원 관계자는 "외부인 참여 행사는 물론 원아들의 외출 제한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언제 밀접접촉자로 분류될지 몰라 불안하다"며 "접촉된 원아를 돌보기 위해 선생님을 따로 배치해야 하는 등 힘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원래 이 보육원에선 12월 크리스마스 주간에 외부 봉사자들과 함께 원아들에게 선물 전달을 하는 행사를 계획했었으나 내부에서 전달하는 형태로 바꾸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무료급식소에선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무료급식소들이 감염 우려로 문을 닫으면서다. 지난달 무료 급식을 재개한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의 경우 11월 말까지만 해도 300~400명 수준이었던 방문자수가 이번주 500여 명까지 늘었다.
밥퍼 관계자는 "최대한 무료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자영업자도 힘든 상황에서 무료급식소는 더더욱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일부 급식소는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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