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깬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무엇을 노렸나?

선담은 2021. 12. 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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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고동진·김현석 3인방 '동반 퇴진'
경계현 DS부문장, 사업부장 건너뛰고 부문장 꿰차
한종희 SET부문장, 소비자가전+휴대전화 사업 쌍끌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전자가 7일 내놓은 사장단 인사는 애초 관측보다는 폭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10여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소비자가전(CE) 부문과 무선사업(IM) 부문을 통합한 조직 개편도 의외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대외 행보를 넓혀가는 이재용 부회장이 조직 쇄신의 필요성과 함께 변화하는 사업 환경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다만, 새 부문장들이 기존 인사들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터라 ‘세대교체’ 같은 파격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3인방 전격 퇴진

시장과 업계에서 가장 예측하지 못했던 대목은 삼성전자의 각 사업 부문을 이끌던 김기남 부회장(DS부문)과 고동진 사장(IM부문), 김현석 사장(CE부문)이 모두 물러난 점이다. 올해 이 부회장이 가석방됐으나 취업 제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조직을 4년간 꾸려온 3인방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2013∼2017년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대표이사 체제가 막을 내린 뒤 현 3인방 체제가 꾸려진 것은 지난 2018년 3월부터였다.

김기남 부회장만 회장으로 승진하며 반도체(DS)부문 소속인 종합기술원을 이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동진·김현석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날지 인재개발이나 대관(CR) 담당으로 예우할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3인방이 각각 이끌던 사업부가 그간 사업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성과를 가장 앞세워오던 기존 인사 관행에 견줘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이들의 뒤를 잇는 후속 인사도 기존 공식과 거리가 있다. 반도체 부문은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함께 이뤄진 조직 개편에 따라 소비자가전 부문과 무선사업 부문을 통합한 세트 부문장은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꿰찼다. 삼성전자는 그간 부문장을 임명할 때 부문장 아래에 있는 복수의 사업부장 중 한명이 이어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 등 반도체·세트 부문 아래의 각 사업부장은 대체로 유임됐다.

세대교체? 시너지?

삼성전자는 3인방 퇴진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신임 부문장 인선에 대한 언급에서 3인방 퇴진의 배경을 가늠해볼 수는 있다. 삼성전자는 인사 설명자료에서 “미래를 대비한 도전과 혁신을 이끌 인물을 세트, 반도체 사업의 부문장으로 각각 내정하는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구도 아래 진용을 새롭게 갖춰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신임 부문장을 맡은 경계현 사장과 한종희 부회장이 각각 63년생, 62년생으로 기존 고동진·김현석 사장(각 61년생)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세대교체 인사’란 자체 평가는 의문을 남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의 경우 사업부장(사장) 경험이 없는 경계현 사장이 부문장을 맡은 건 회사 내부에선 파격에 가깝다. 나이 차보다 이런 점이 더 의미가 있어 세대교체란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안다”며 “세트 부문은 세대교체의 의미보다는 부문 통합을 뼈대로 한 조직 개편에 더 방점이 실려있다”고 말했다.

세트의 두 부문이 통합한 대목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두 부문은 지난 10년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삼성전자의 얼굴을 자임해오면서 상호 견제와 경쟁이 치열했다. 삼성전자는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고객경험 중심의 차별화된 제품·서비스 기반을 구축하려는 목적”이라고 공식 설명을 냈다.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생활가전의 스마트화 추세 등 산업 환경 변화를 고려했다는 취지다.

일부에선 이와 달리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 견줘 스마트폰 사업이 프리미엄 시장과 보급폰 시장 사이에서 명확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문장이 한명으로 바뀌긴 했지만, 기존에도 (부문이 아닌) 사업부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돼 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기와 삼성에스디아이(SDI)의 대표도 모두 교체됐다. 장덕현 삼성전자 부사장이 신임 삼성전기 대표이사(사장)로 승진했고,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에스디아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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