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프리즘] 백신 이상반응, 정부 대응 유감

김영동 2021. 12. 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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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지난 8월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동ㅣ전국팀 기자

“형, 전화했네요. 재활(훈련)한다고 전화 온 지 몰랐어요.”

전화기 너머 약간 어눌한 발음으로 후배가 힘겹게 말했다. 반년 전만 해도 활기차고 열정 넘치던 그의 힘찬 목소리가 떠올라 마음이 착잡했다.

30대 후반인 후배는 올해 6월10일 얀센 백신을 맞았다. 2주가량 지난 같은 달 24일 이상반응이 처음 나타났다. 발바닥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느껴지다 10여분 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사흘 뒤에는 발바닥은 물론 온몸을 망치로 때리는 듯한 고통을 겪었다. 동네 병원을 급히 찾았지만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 출근길에 쓰러진 후배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아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마비에 대한 공포가 커져갔단다. 그날 밤 마비 증상은 온몸으로 번졌고, 의료진은 자가호흡조차 어려워진 그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10여일간 사투를 벌인 후배는 지난 7월 중순에야 스스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대학병원 쪽은 후배의 병명이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몸 안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통증, 무감각, 근육 약화 등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 마비를 유발하는 신경학적 장애란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세계보건기구와 유럽의약품청, 미국 식품의약국 등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백신을 맞은 뒤 드물게 길랑-바레 증후군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후배는 백신 접종 부작용과 관련한 정부 대응이 ‘깜깜이’라고 했다. 대학병원 신고 뒤 보건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고만 전해 들었을 뿐, 조사 절차나 과정, 피해자 구제 절차 등과 관련해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지역 보건소 등에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도 없었다.

병원에 실려가고 두달 넘게 흐른 뒤인 지난 9월, 후배는 질병청으로부터 “심의 결과 백신 접종과 질환 사이의 인과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의무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길랑-바레 증후군은 백신 접종과 시간적 개연성은 있지만 다른 위험 요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인과성 평가 근거 불충분 사례로 구분해 관련 근거가 축적되면 재평가한다는 설명이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가 어디 후배뿐일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청원글이 수백건 올라와 있다. 고열, 설사 등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의식불명이거나 숨졌다는 사례들도 여럿이다. 질병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28일까지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38만5775건이고, 사망이나 중대 이상반응도 1만3906건에 이른다. 중대 이상반응 인정 사례는 아나필락시스 533건, 혈소판감소증 3건, 심근염·심낭염 232건, 길랑-바레 증후군 15건 등이다.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백신 접종의 이상반응 보상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인정 사례가 적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어떨까.

전문가들은 그동안 현대의학의 한계로 모든 질환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해왔다. 코로나19 백신 또한 긴급 승인된 신약이라 과학적인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고, 사례도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설사 나중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정되더라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백신 접종률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정부에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에 대한 보상 확대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후배는 위급 상황은 넘겼다지만 지금도 몇걸음만 옮기면 곧장 옆으로 쓰러지고,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 한다. 손상된 팔다리 신경은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 하지만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로 온종일 재활치료에 매달리고 있다. 그의 회복을 기원한다.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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