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길 열리기까지..양심적 병역거부, 그 18년의 기록

오승훈 2021. 12. 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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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는 근거가 된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스스로도 2004년과 2011년의 합헌 결정을 7년 만에 뒤집은 것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병역 '기피'와 동일시해 징역 1년6개월의 '정찰제 판결'을 해온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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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9일 개봉
다큐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스틸컷. 스튜디오보난자 제공

2018년 6월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는 근거가 된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스스로도 2004년과 2011년의 합헌 결정을 7년 만에 뒤집은 것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병역 ‘기피’와 동일시해 징역 1년6개월의 ‘정찰제 판결’을 해온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결정이었다. 정부 수립 뒤 징병제 도입 이래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더는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1950년 이후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라 입영, 집총 등을 거부해 처벌받은 이들이 1만9천여명에 이른 현실을 볼 때, 이런 변화마저도 너무 더딘 것이 사실이었다. 2001년 여호와의 증인을 필두로 평화운동가 오태양씨 등이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이 18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니 말이다.

2001년 2월 <한겨레>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용감한 겁쟁이들’의 군대 거부 선언은, 한국의 강고한 군사주의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 흐름은 참여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해 부대 복귀를 거부한 현역 군인과, 이명박 정권 당시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를 진압하던 의경의 양심선언 등으로 이어지며 병영사회에 균열을 냈다. 그렇게 ‘총을 들지 않을 자유’를 위해 스스로 감옥에 들어간 이들은, 대통령이 세번 바뀌고서야 대체복무제라는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

다큐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스틸컷. 스튜디오보난자 제공

9일 개봉하는 김환태 감독의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이 걸어온 18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병역거부자이면서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의 활동가인 이용석·최정민씨와 임재성 변호사를 중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2003년 나온 동명의 다큐가 불교 신자 오태양씨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면, 이번에 개봉하는 다큐에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에서 점차 개인적 양심과 성향에 따른 병역거부로 확산되는 운동의 양상과 2018년 헌재의 결정으로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싸움의 중심에는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이 있었다. 초창기 양심적 병역거부 당사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후원자였던 활동가들은, 이후 운동 방향과 역할을 고민하며 무기 거래를 반대하는 평화운동으로 진화했다. 병역거부에서 나아가 군수산업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선을 넓힌 것이다.

다큐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스틸컷. 스튜디오보난자 제공

이 영화로 제12회 디엠제트(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을 받은 김 감독은, 현역 군인으로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며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강철민 이병과 기독교연합회관 708호에서 함께 농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708호, 이등병의 편지>(2004)를 만든 바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언론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영화 안에서도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군대에 갔다 온 대부분의 남성이 군대에서 겪었던 문화를 가정에서 대물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 중심적인 문화들이 조금 더 옅어진다면 한국 사회가 조금 더 발전하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이런 점이 ‘전쟁없는세상’이 벌인 평화운동의 의미”라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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